이름에 담긴 이야기
튤립과 수선화 등 이른 봄꽃들의 화려한 쇼가 한바탕 지나가고 점점 기온이 오르면서 매우 다양한 일년초들이 꽃을 피우며 모습을 드러낸다. 그중 멜람포디움은 절로 행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샛노란색 꽃들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태양을 닮은 꽃과 긴 타원형 잎의 조합은 마치 해바라기의 미니어처 버전을 보는 듯하다. 멜람포디움(Melampodium)이라는 속명은 검은색을 뜻하는 멜라스(melas)와 발을 뜻하는 포디온(podion)이 합쳐진 말인데, 줄기 밑부분과 뿌리의 색깔이 검은빛을 띠는 데서 유래했다. 그래서 블랙풋(blackfoot)이라는 영어 이름도 갖고 있다. 멜람포디움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종은 멕시코, 브라질 등 중앙아메리카 원산지인 멜람포디움 디바리카툼(M. divaricatum)이다. 버터 데이지(butter daisy)라고도 불리는 이 종은 활짝 펼쳐진 노란색 꽃잎들의 중심부가 더 짙은 오렌지색을 띠고 있다. 이 종을 개량하여 전체적으로 더 크고 짙은 오렌지빛을 띠는 노란색 꽃잎들을 더 많이 갖도록 만든 품종이 '잭팟 골드'(Jackpot Gold)다. 이름 그대로 잭팟을 터뜨리듯 수많은 황금빛 꽃들이 피어나는 것이다. 키도 그렇게 크게 자라지 않고 30cm 정도로 유지되므로 화분에 심어 두면 일정한 볼륨감의 꽃들을 즐길 수 있다.
멜람포디움 키우기의 매력과 즐거움
멜람포디움은 장점이 아주 많은 꽃이다. 먼저 개화기가 아주 길어 5월 무렵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서 가을까지 꾸준히 지속된다. 게다가 꽃과 잎을 다듬어 주지 않아도 스스로 둥그렇게 자라며 단정한 수형을 유지한다. 또한 원래 열대와 아열대 지방의 바위가 많은 척박한 곳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무더위와 건조에 매우 강하다. 전반적으로 재배가 아주 쉬운 저관리형 식물로, 다른 꽃들이 잘 자라기 어려운 다양한 장소와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또한 멜람포디움은 속성으로 키울 수 있는 식물이다. 서리가 모두 끝난 다음 땅에 직파하거나 마지막 서리 7~10주 전 실내에서 파종한다. 18도 정도 온도에서 씨를 뿌리고 흙을 살짝 덮어 주면 1~2주만에 발아하여 6~8주 후에 꽃을 볼 수 있다.

성공적 재배를 위한 팁
재배할 때 주의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최소 6시간 이상의 충분한 햇빛이 필요하다. 그늘이 많이 지는 곳에서는 꽃이 잘 피지 않고 줄기가 웃자라 볼품이 없게 된다. 토양은 pH 5.5 정도가 적당하며, 살짝 건조한 상태를 좋아하므로 배수가 잘 되게끔 배양토를 준비하고, 물 주는 사이에 살짝 마르도록 하는 게 팁이다. 토양이 계속해서 습한 상태가 지속되면 흰가루병 등 문제가 발생한다. 그때는 즉시 감염 부위를 제거하고 건조한 상태가 되도록 당분간 물을 주지 않는다. 멜람포디움은 거름도 많이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완효성 비료를 조금 얹어 주거나 가끔씩 액비를 주는 정도로 충분하다. 비옥한 토양에 식재했다면 이마저도 필요치 않다. 멜람포디움은 우리 눈에도 아주 예쁜 꽃이지만 나비와 벌들도 무척 좋아하며 씨앗은 새들의 먹이가 되기도 하는 여러모로 아주 유익한 꽃이다.
박원순
서울대학교 원예학과 졸업 후 미국 롱우드가든에서 국제정원사양성과정을 이수하고 델라웨어대학교 롱우드 대학원에서 대중 원예를 전공했다. 제주 여미지식물원, 에버랜드 꽃축제 연출 기획자를 거쳐 현재 국립세종수목원 전시기획운영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에 <세상을 바꾼 식물 이야기 100>, <식물: 대백과사전>, <가드닝: 정원의 역사>, 지은 책에 <나는 가드너입니다>, <식물의 위로>, <미국 정원의 발견>, <가드너의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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