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동물을 이로운 것과 해로운 것으로 나누는 건 정원사들이 행하는 고전적 방식이다. 그런데 이런 분류 방식으로 적용하면 개미의 경우 아마 뚜렷한 결정을 내리기 힘들 것이다. 개미가 유발하는 손해와 이익을 저울에 올려놓으면 어찌어찌 평형을 이룬다. 개미 왕국은 식물을 먹고 사는 몇몇 동물에게도 제한을 가하지만 더 작은 동물을 먹고 살아가는 작은 동물도 똑같이 손봐주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개미는 진딧물을 무당벌레 일당으로부터 지켜 준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야 개미는 진딧물을 간질여 식물에게서 빼먹은 당즙을 배설하게 해 그걸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진딧물과 개미의 관계는 원리적으로 보면 젖소와 우리 인간의 관계와 비슷하다.

전반적으로 개미는 인간에게 아무런 해가 되지 않으니 그냥 내버려 둬도 괜찮다. 정말로 방해되지 않을 때까지만 말이다. 예컨대 우리가 바라지 않는 곳에 개미가 집을 짓는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테라스 아래나 옆의 건조한 장소 또는 잔디밭이나 화분 속 같은 곳 말이다. 화분 속에 개미가 집을 지었다면 심어 놓은 식물을 들어낸 다음 개미집을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이 화분은 개미집을 어떻게 하면 다른 데로 옮길 수 있는지에 대한 놀라운 힌트를 제공한다. 지름 16센티미터 정도의 바닥에 구멍이 뚫린 토분 하나를 흙으로 채워 가져다 두자. 개미는 열광할 것이다. 고층 아파트 한 동이 생긴 셈이니까. 토분이 열을 품고 있기에 개미는 무척 즐거이 그곳에 입주한다. 며칠 지나면 개미는 집을 아예 그곳으로 옮긴다. 그런 뒤 화분을 숲속으로 옮겨 주면 끝!

개미 통로가 건물 안으로 나 있다 해도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그만인데, 동물을 좋아하는 친구조차도 독극물로 개미를 퇴치해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확고한 태도로, 정원과 집에 독극물을 살포하는 것은 결코 해서는 안 된다. 개미가 무엇을 바라고 그렇게 오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는 편이 더 낫다. 대개 개미가 원하는 것은 밀봉하지 않은 저장물이다. 그걸 개미가 발견하면 희한하게 일렬종대로 가서 빼내 온다. 가장 좋은 방식은 이 길을 끊어 버리는 것이다. 이 길은 교통 표지판이 아니라 냄새로 표시되어 있다.
그 위에다 강황 또는, 내가 듣기로는 라벤더 기름처럼 향이 진한 물질을 뿌리거나 발라 주면 고속도로가 정확히 끊어지고 만다. 또 모든 저장물을 냄새나지 않도록 밀폐 용기에 담고, 와인이나 탄산이 든 레모네이드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싹 닦아 내며, 다 먹은 접시는 식기세척기에 넣어 두면 개미가 새 길을 낼 까닭이 없다.
베이킹파우더를 개미 다니는 길 위에 뿌리는 것도 널리 사랑받는 방법이다. 개미가 이 물질과 접촉하면 부식이 일어나며, 들이마시면 소화관이 빵빵해져 죽음에 이를 수 있다(베이킹파우더에 포함된 탄산수소나트륨이 개미 소화관 속의 산과 반응하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함_역자). 하지만 이런 방법이 반드시 효과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설사 지금까지 이처럼 엄격한 조치로 꽤나 훌륭한 경험을 했다 하더라도 말이다. 토분을 이용하거나 향신료를 뿌리는 방식이 내겐 더 만족스러웠다.
*이 시리즈는 <선량한 이웃들>(안드레아스 바를라게 지음, 류동수 옮김, 애플북스)에서 발췌했습니다.
선량한 이웃들
독일 원예학자이자 식물학자인 안드레아스 바를라게(Andreas Barlage)의 저서로, 정원에 사는 이웃과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설명한 책. 이 책을 읽고 나면, 모든 동식물을 해로운 것과 이로운 것으로 나누는 사고방식을 내려놓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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