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달팽이가 식물에 위해를 가한다고 생각하면 심각한 오류일 것이다. 심지어 식물을 갉아 먹는 달팽이에 맞서 싸울 때 녀석들의 알을 먹어 치워 도움을 주는 달팽이종도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호랑달팽이다. 이 달팽이는 민달팽이로 엄청난 크기(대략 20 센티미터까지!)와 색깔(누런 색, 밝은 갈색, 회갈색 등이며 눈에 띄는 어두운 반 점을 지니고 있다.) 탓에 쉽게 정체를 확인할 수 있다. 호랑달팽이는 크기가 같은 다른 종의 민달팽이조차도 꼼짝 못하게 해서 잡아먹는다. 이들이 식물을 건드리는 때는 식물이 말라죽고 나서부터다.

식용 달팽이인 에스카르고도 마찬가지로 쉽게 식별할 수 있다. 이 녀석들은 직경 5센티미터 정도 되는 크기의 집을 이고 다닌다. 사실 에스카르고는 집을 이고 다니는 달팽이의 원형이며 그 크기때문에라도 눈에 잘 띈다. 이 종이 자연 보호종으로 관리되고 있어서 박멸해서는 안 되는 상황조차 전혀 나쁠 게 없다. 이들도 식물에 거의 해를 주지 않고 주로 시들어 가는 식물이나 버섯류를 먹어 치우기 때문이다. 다른 달팽이 종류가 낳은 알을 먹어 치운다는 설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예외적인 경우에만 발생한다는 쪽의 손을 들어 주는 자료가 다수다.
분명히 해 둬야 할 점은, 텃밭에 달팽이 퇴치제를 뿌리면 채식성이든 육식성 달팽이든 가리지 않고 다 죽어 버린다는 사실이다. 이는 달팽이 퇴치제를 매우 신중하게, 또 절대적으로 긴급한 상황에서만 투입해야 함을 뒷받침하는 훌륭한 근거다. 텃밭에 출몰하는 달팽이를 하나씩 모아 없앨 경우, 그가 우리의 친구인지 아니면 식물의 적인지를 항상 알고 있어야 한다.
*이 시리즈는 <선량한 이웃들>(안드레아스 바를라게 지음, 류동수 옮김, 애플북스)에서 발췌했습니다.
선량한 이웃들
독일 원예학자이자 식물학자인 안드레아스 바를라게(Andreas Barlage)의 저서로, 정원에 사는 이웃과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설명한 책. 이 책을 읽고 나면, 모든 동식물을 해로운 것과 이로운 것으로 나누는 사고방식을 내려놓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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