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값싼 식물에 대한 우리의 욕심 탓이다. 한때 그토록 튼튼했던 회양목이 정원의 심각한 문제아로 전락해 버린 것은, 기록적이라 할 정도로 단기간에 회양목을 대량 증식해 저항력을 상실한 탓이다. 그렇게 재배되어 시장에 헐값으로 나오는 어린 회양목은 곰팡이를 비롯한 적들에게 저항할 만큼 튼튼한 조직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는 명나방도 힘들지 않게 덤벼 든다.
치명적인 점은, 명나방도 마찬가지로 계속 진화한 덕에 단단한 회양목에 손상을 입힐 수 있는 형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 어떤 회양목도 이들 앞에선 결코 안전하지 않다. 회양목을 좋아하는 이라면 제법 크게 자란, 아직 상처 입은 적 없는 개체를 장만하는 것이 가장 좋다. 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회양목은 초여름부터 원기 왕성하고 빠르게 뿌리를 내리므로 땅에 삽목한 가지를 충분히 촉촉하게만 유지하면 된다. 그것이 회양목 담장을 만들기에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명나방이 그곳을 찾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명나방을 박멸해 줄 화학적 살충제를 집어 들기 전에 먼저 생울타리용으로 쓸 수 있는 대안 식물은 없는지 고려해 봐야 한다. 독일에서는 ‘마이그륀’이라 불리는 동청괴불나무(Lonicera nitida) 같은 게 대안이 되곤 하는데, 이 식물도 까탈스럽지 않아서 회양목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회양목보다 적어도 1년에 한 번 더 전지를 해 주어야 단정하면서도 빽빽한 모양을 유지한다.
*이 시리즈는 <선량한 이웃들>(안드레아스 바를라게 지음, 류동수 옮김, 애플북스)에서 발췌했습니다.
선량한 이웃들
독일 원예학자이자 식물학자인 안드레아스 바를라게(Andreas Barlage)의 저서로, 정원에 사는 이웃과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설명한 책. 이 책을 읽고 나면, 모든 동식물을 해로운 것과 이로운 것으로 나누는 사고방식을 내려놓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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