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년 정도 체리 자두만 이야기하며 보낸 것 같다. 7월이 제철인 과일. 더 일찍 오지도, 더 늦게 떠나지도 않고 딱 7월 한 달만 살다가 가는 과일. 경남 거창 어느 농부의 체리 자두와 그의 이야기를 안 뒤로 2년을 그의 자두 이야기만 하며 살았다. 그런데 사실 체리 자두보다 먼저 내게 온 자두가 있었다. 바로 대석 자두다. 이르면 5월 중하순부터 7월 중순까지 먹을 수 있는 대석 자두를 한창 팔며 먹고살던 시절, 입이 마르도록 하던 이야기가 있다. “제일 시지 않은 자두예요.” 당시 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중・장년층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제 막 나온 대석 자두, 그러니까 올해 첫 자두를 보면 꼭 물었다. 많이 시냐고. 신맛이 날 거란 걸 이미 상정한 뒤에 묻는 것이었다. 그럼 나는 확신에 차 말하며 자두 한 조각을 건넸다. “자두 중에서는 제일 시지 않은 자두예요. 한 번 드셔보세요.”

그만큼 자신 있었다. 대석 자두는 여러 품종 중에서도 가장 신맛이 적은 품종이다. 많이 먹어도 보고, 팔아도 봐서 안다. 행여 이 대석 자두가 시다면 다른 자두는 쳐다볼 수 없다고 단언한다. 신맛이 빠진 자리를 단맛이 채우기라도 한 듯 아주 달고 물이 많다는 점이 대석 자두의 특징인데, 그게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신맛마저 중화한다. 이런 이야기를 손님에게 들려주며 대석 자두를 팔았고, 인터넷 판매를 시작한 뒤에도 달라진 건 없었다. 상품 상세 페이지에, 손님들에게 보내는 문자에, ‘시지 않은 자두, 단 자두’라는 문구를 남겼다.
대석 자두가 끝날 때쯤에는 후무사 자두가 나온다. 자두 중에서 가장 신맛이 강한 품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신맛이 강하다. 신맛을 못 즐기는 내 입장에서는 지독하게 시다. 대석 자두를 보며 혹시 시냐고 묻던 사람들은 아마도 대석 자두와 후무사 자두가 아주 잠깐 같은 시간대를 살 때, 후무사 자두를 먹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짐작한다. 다만, 후무사의 매력도 대석 못지않다. 신맛과 단맛을 고루 느낄 수 있어 ‘자두는 자고로 이래야지!’ 하며 후무사 자두만 찾는 이들도 분명 있다. 그들은 대석 자두의 맛이 심심하다고 한다. 또 비교적 유통 기한이 짧고 살이 무른 편인 대석에 비해 후무사는 과육이 단단하고 유통 기한도 길다.
후무사가 끝날 무렵에는 마지막으로 추희 자두가 나온다. ‘가을 추(秋)’자를 쓰는 것에서 예상할 수 있듯 가을에 먹는 자두다. 대략 8월부터다. 여름 더위가 절정을 넘기고 절기상으로 입추가 될 때쯤 시장에 나가 보면 추희 자두가 유통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신맛과 단맛을 고루 낸다는 점에서 후무사와 비슷하나, 개인적으로는 추희가 단맛이 좀 더 강한 듯하다. 혹은 신맛이 약한 것일 수도. 만생종인 추희 자두는 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품종이다. 그다음은 없다. 추희 자두가 나온다는 건 이제 가을이라는 의미고, 이것으로 자두라는 과일의 명줄도 끝이라는 의미다. 한 해가 그렇게 또 끝나간다는 걸 일찍이 자두로 실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추희 자두는 가장 유통 기한이 길다. 장사꾼 입장에서는 더 오래 팔 수 있어 좋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좀 더 오래 먹을 수 있어 좋다. 불꽃은 꺼지기 직전에 가장 크게 타오른다고 한다. 자두도 철이 끝나기 직전에 추희로 가장 크게, 가장 길게 사랑받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대석과 후무사, 추희 이렇게 세 품종만을 말했지만, 사실 그 사이사이에는 체리를 비롯해 수박, 대왕, 피 등등, 다양한 품종이 자두라는 울타리 안에서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들의 이야기도 하고 싶다. 지금은 7월, 대석 자두의 시기다. 이제 막 여름이 되었다.
전성배
안녕하세요. 전성배입니다. [격간隔刊 전성배 산문]의 연재자이며, 지은 책으로는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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