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수의 청년 농부를 만나며 살고 있지만, 여전히 그 수가 터무니없이 적음을 느낀다. 기분 탓만은 아닌 게, 2022년 우리나라 농가 경영주의 평균 연령은 68세로 집계됐다. 그중 70세 이상은 전체에서 45.5퍼센트에 달했다. 한편, 40세 미만의 경영주는 0.7퍼센트에 불과했다. 은퇴 나이를 이미 넘긴 노년층이 여전히 농부로 살아간다는 의미고, 한 세대가 수십 년째 우리나라 농업을 지탱하고 있다는 의미다.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
이유는 많을 것이다. 그중 하나는 고령농의 노후 보장책이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농사를 짓지 않으면 당장 굶어 죽을 판이니 기성세대 농부는 악착같이 농사를 이어가고, 그들이 농지를 놓지 않으니 그나마 농촌 진입을 희망하는 청년들은 경작할 농지를 찾을 수 없어 시작조차 못 하고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해 수시로 농・축・수산물 수입을 늘리는 정책도 한 가지 이유다. 가뜩이나 경영비 급등으로 소득 감소를 넘어 적자까지 보는 농가가 태반인데, 농산물 수입이 늘면 농가는 농사 의지가 꺾일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청년 농부가 적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많고, 청년이 농부가 되면 어려운 점도 많다. 그럼에도 농업은 이어져야 하기에, 청년 농부가 많아지길 바라는 건 내 위선인지도 모른다. 지난겨울에 만난 최재혁 딸기 농부와 대화하는 내내 나는 그런 의미에서 미안함을 느꼈다. 개의치 않고 자신의 배움을 설파하는 모습에서 그는 내가 만난 청년 농부들 중에서도 가장 미안한 사람이 되었다.
재혁 씨는 인천 남동구 남촌동에서 딸기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딸기라고 하면 논산, 산청, 진주, 밀양, 담양 등 주로 남부 지방을 떠올리기 마련이라 그의 농장이 인천에 있다고 처음 들었을 땐 놀랐다. 이유는 단순했다. 시설 재배를 하는 덕분이란다. 더불어 수경 재배법과 스마트 시스템 덕분에 땅과 날씨의 구애 없이 양질의 딸기를 재배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재혁 씨의 딸기처럼 오늘날 딸기는 대부분 시설에서 재배한다. 봄이 제철인 딸기를 겨울에 즐기게 된 때부터니 오래도 됐다.
농부가 되고자 하는 마음과 인천을 택한 마음, 그게 딸기로 이어지기까지. 모든 건 물 흐르듯 결정됐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농지가 있었고, 긴 고민 끝에 그 땅에서 농부가 되면 좋겠다 싶었다. 작물은 땅에 구애받지 않는 것으로 정하되 농장의 접근성이 좋다는 강점을 살려, 체험 농장을 함께할 수 있는 딸기로 결정했다. 결단이 선 후로 수년간 농업 교육 기관에서 교육을 받았고, 전국 딸기 농장을 돌며 딸기 농사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그때 만난 베테랑 농부가 지금까지 스승이 되어주고 있다고 재혁 씨는 말했다.

이제 햇수로 3년째 ‘딸기의 하루’라는 체험 딸기 농장을 운영하는 그. 청년 농부가 가장 힘들어하는 판로 문제를 체험 농장으로 커버하면서 당초 계획한 대로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제는 방문객 중에서 농사 조언을 구하는 이도 심심치 않게 있단다. 재혁 씨는 그런 사람을 만나면 맨 먼저 냉혹한 현실을 말한다고 했다. 가장 돈이 많이 드는 땅 문제를 시작으로 환상보다는 현실에 대해 들려주고, 그럼에도 하고자 하는 이에게는 흔쾌히 자신의 지식을 전한다고. 그렇게 스승에게서 얻은 지식과 2년간 자신이 직접 익힌 지식을 전하고 있는 사람이 이미 한 명 있다고 한다.
재혁 씨는 자신의 농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농업의 존속에도 힘쓰고 있는 것이다.
전성배
안녕하세요. 전성배입니다. [격간隔刊 전성배 산문]의 연재자이며, 지은 책으로는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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