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초보의 물 주기 실수
이른바 ‘식린이(식물 어린이)’들은 식물을 구입하며 들은 이야기나 꽂혀 있는 네임택에 적힌 물 주는 주기를 맹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일주일에 두 번’이라고 적혀 있는 식물을 소중하게 집으로 들고 와서 너무나 사랑하는 마음에 물 주는 걸 절대 잊지 않으려 알람까지 설정해서 물을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또박또박 물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식물이 점점 생기를 잃기도 하고, 심지어 잎이 시들거려서 물 부족으로 판단하고 물을 주었는데 회복되지 못하고 죽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물 주는 것이 너무나 어렵게 느껴지게 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식물을 사람에 비유해서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우리가 밥을 먹을 때 정해진 시간에 세 끼를 먹기도 하지만, 입맛이 없으면 건너뛰기도 하고, 활동을 많이 하면 배가 고파서 더 많이 먹거나 한 끼를 더 먹기도 합니다. 또 날씨에 따라서 밥맛이 더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지요. 키가 크고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식사량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식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식물의 종류, 컨디션, 주변 환경, 성장기인지 휴지기인지 등의 요소에 따라서 물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도 다릅니다.
그럼 이제부터 물 주기를 잘하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눈으로 확인한다.
화분 위의 흙을 눈으로 확인하자
“겉흙이 마르면 물을 주세요”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담긴 흙에 따라 겉흙이 말랐을 때 속흙이 마르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겉흙에서 2cm까지 말랐을 때 물을 주라는 등의 더 디테일한 가이드가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화분의 형태가 다르면 그 역시 또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건조에 민감한 식물을 제외하고는 배수가 잘 되는 흙을 사용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배수가 잘 되는 흙은 겉흙이 말랐을 때 속흙까지 마르는 비율이 더 높아서 과습 우려가 적어지기 때문입니다. 배수가 잘되는 흙을 쓰면 물 주기 노예가 된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과습으로 죽는 식물이 건조로 죽는 식물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안전하게 키우려면 배수가 잘 되는 흙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식물을 배수가 잘 되는 흙에 심고, 유약을 바르지 않은 토분과 같이 물 배출이 잘 되는 화분을 사용한다면 과습에서 더 안전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겉흙의 마르는 정도만 살펴보아도 충분합니다.
식물의 잎을 눈으로 확인하자
식물의 잎은 수분이 없으면 비틀어지거나 시들시들한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물론 과습으로 인해 뿌리가 상하고, 상한 뿌리로 인해서 물을 흡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잎이 시들기 때문에, 흙의 상태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잎이 시들었다고 해서 물을 무작정 주었다가 아예 식물을 죽이는 경우가 이런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화분의 내부를 눈으로 확인하자
물 배출을 빠르게 하는 토분의 경우에는 흙 속 수분량에 따라 화분의 색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플라스틱 화분이나 유약분은 그렇지 않지만, 토분은 초벌구이 후 바로 사용하기 때문에 미세한 기공을 통해서 물 배출이 잘 되는 특성이 있다 보니 이런 색 변화가 있습니다.
투명 슬릿 분의 경우, 화분 속의 흙이 말랐는지 젖었는지가 잘 보이기 때문에 물 주기에 편리합니다. 또 얼마나 물을 주어야 흙이 다 젖는지 확인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식물을 처음 키우는 사람들이 물 주기 훈련을 하기에 매우 유용합니다.
2. 화분을 들어보아 무게를 가늠한다
겉흙은 말랐는데 실제로는 수분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처음 분갈이를 하고 물을 흠뻑 주었을 때 손으로 화분을 들어서 무게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후에는 물을 줄 때마다 눈으로 확인하고 또 손으로 화분의 무게감을 느껴보면서 전체적으로 흙의 수분 상태를 짐작해 보는 훈련을 하면 나중에는 눈만으로도 어느 정도 물 주기 타이밍을 알 수 있게 됩니다.
3. 손으로 만져서 흙의 수분을 확인한다
흙을 손으로 만져보면서 습도가 느껴지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눈으로만 볼 때는 건조하게 보여도 막상 손으로 만졌을 때 습도가 느껴지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특히 과습에 취약한 식물의 경우에는 손으로 흙을 만져보는 습관을 들이면 과습을 피할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흙의 상태는 손으로 만져보았을 때 너무 바짝 마르지 않고 살짝 습도가 느껴지는 상태입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항상 이런 상태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젖은 흙에서 점차 수분이 줄어드는 상태를 반복시켜주되, 평균적으로는 촉촉하지만 너무 젖어 있지 않은 흙의 수분 정도를 유지해 줍니다.
이 세 가지 방법 외에 물 주기에서 감안해야 하는 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물의 소비가 많은 식물에게는 흙의 보수성을 높여주자
식물의 잎이 크고 넓은 경우 증산작용이 빠르기 때문에 물 소비가 많습니다. 이때는 화분의 흙에 피트모스와 같이 보수성을 높여주는 재료를 더 배합해 주면 다른 식물들과 물 주기 텀을 비슷하게 맞춰갈 수 있습니다. 침엽수의 경우에는 여름철 물을 엄청나게 소비하는 식물이 많기 때문에 배수가 잘 되는 흙을 사용하면 물 주기 노예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물을 오래 보관할 수 있는 흙 배합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여름철 침엽수는 저면관수를 통해 물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잎이 통통한 식물은 일반적으로 물 보관을 잘하기 때문에 물 주기 텀을 길게 가지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육식물이나 선인장이 극단적으로 물 주기를 조심해야 하는 식물인데 페페 종류처럼 후육질의 두터운 잎을 가진 식물 역시 건조에 강하고 과습에 취약한 편입니다. 반대로 트리안, 퍼플프린스와 같은 잎이 얇은 식물은 자칫 물을 한 번만 굶겨도 무지개다리를 건너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물받이를 사용해서 물이 늘 촉촉하게 남아있도록 하는 등 늘 물 주기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계절적/시간적 요인을 감안하여 물 주는 시기를 파악하자
일반적인 식물들은 봄부터 물 소비가 많아지다가 다시 가을이 되면서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식물의 성장이 빨라지면 물 소비도 늘어난다는 점을 기억하면 됩니다. 특히 겨울철 동면을 시키거나 여름철 하면을 하는 식물은 휴지기에 물 주기를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또한, 하루 중 물 주는 시기는 일반적으로는 아침이 좋습니다. 아침에 물을 주면 식물이 하루 종일 광합성과 증산작용을 하며 물을 소비하기 때문입니다.
글로스터
네이버 블로그 '글로스터의 가드닝 이야기'를 포함해 여러 SNS 채널을 통해 식물에 관한 이야기와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는 식물집사. 실내 가드닝에 어려움을 겪는 초보 식물 집사를 위해 상세하고 친절한 홈가드닝 노하우를 담은 안내서 <글로스터의 홈가드닝 이야기>(미디어 샘)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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