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쉽게 접할 수 있는 허브, 바질
바질을 잘 모르더라도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다는 사람은 아마 찾기 힘들 거예요. 그만큼 우리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특히 이탈리아나 프랑스 요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향신료로 쓰이지요. 바질 잎을 말려 가루를 낸 후 오일과 섞어 만든 바질 페스토를 요리에 곁들이거나, 피자 위에 바질 잎을 올려 먹는 것처럼요.

2. 다 같은 바질이 아니다
바질의 학명은 ‘Ocimum basilicum’이에요. 그리스어로 왕을 뜻하는 ‘바실레우스’라는 단어에서 유래했습니다. 꿀풀과의 1년생 식물로, 원산지는 동남아시아와 인도입니다. 따뜻하고 빛이 많은 곳에서 잘 자라는 게 특징이에요.
바질은 1년생 식물로, 봄에 씨앗을 심으면 늦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꽃을 피우고 깨알만 한 까만 씨앗을 맺습니다. 열매를 맺으면 서서히 기세가 약해지며 죽어가지요. 매년 채종한 씨앗을 파종해 키우는 식물입니다.
흔히 바질 하면 떠올리는 식물은 스위트 바질입니다. 잎이 둥글고 크고 윤기가 납니다. 그 외에도 바질에는 다양한 품종이 있어요. 스위트 바질에 비해 향이 강한 홀리 바질, 마르세유 바질, 레몬 바질, 제노비스 바질, 맘모스 바질, 시나몬 바질, 퍼플 바질 등이 있지요.
요즘은 외목대 토피어리 형태의 바질이 판매되기도 합니다. ‘바질 트리’라는 이름으로 많이 유통되고 있어요. 예쁜 나무 형태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3. 바질은 1년생이라며?
앞서 말씀드린 대로 바질은 1년생 초본 식물이에요. “그렇다면 예쁜 외목대 바질 트리도 1년만 살고 죽는 건가요?”라고 질문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이 바질 트리는 목질화된 야생 바질 줄기에 잎이 작은 그리스 바질(혹은 민트 바질)을 접목하여 만들었어요. 바질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요. 일반적인 바질은 ‘Ocimum basilicum’이에요. 스위트 바질을 비롯한 대부분의 바질이 여기에 속하죠. 홀리 바질은 다년생 바질로, 초록 잎을 지닌 라마툴시, 붉은 잎을 가진 크리슈나툴시가 여기에 속해요. 이외에도 아프리카 바질 등 다년생 품종 세네 가지가 있습니다. 바질 트리는 이런 다년생 야생 바질의 목질화된 줄기에 그리스 바질을 접목해 다년생으로 키울 수 있도록 했습니다.
4. 1년생 바질도 2년 이상 키울 수 있어요
집 창가에 바질을 두고 오랫동안 키운 적이 있어요. 독일에서 유학하던 시절, 슈퍼마켓에서 다양한 허브 화분을 판매하고 있기에 그중에서 바질 화분을 구입했습니다. 생각보다 굉장히 잘 자라서 요리할 때 많이 사용했어요. 그런데 1년생 초본답게 가을이 되자 서서히 생육이 불량해지는 게 보였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윗부분 생장점 가지를 잘라 물에 담가 두니 뿌리가 자라 나오더라고요. 어느 정도 뿌리가 자란 바질 가지를 새 흙에 심어주니 이듬해까지 잘 성장했습니다.

5. 바질 키우기 실전
a. 바질은 발아된 작은 모종 화분으로 키우기 시작할 수도 있고, 씨앗을 직접 파종해 키울 수도 있어요.
b. 바질 씨앗은 물을 흡수하면 팽창하는 얇은 막을 지니고 있어요. 그래서 바질 씨앗을 물에 담가 두면 개구리알처럼 몽글몽글하게 변합니다. 이를 다이어트 식품으로 활용하기도 하죠.
c. 씨앗을 바로 흙에 직파, 즉 바로 파종해도 좋지만, 물에 몇 시간 담가 불린 후 흙에 심으면 싹이 조금 더 빨리 올라옵니다.
d. 빛을 받아야 발아가 시작하는 식물도 있고, 빛이 없어야 발아하는 식물도 있어요. 바질은 광발아 식물이에요. 종자가 빛을 봐야만 싹을 틔우는 식물이죠. 때문에 씨앗을 너무 깊이 심으면 발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화분에 흙을 넣고 씨앗을 뿌린 뒤, 아주 얕게 흙을 덮어주세요.
e. 발아 시 온도는 25도 전후가 적당해요. 따라서 노지에 씨앗을 파종할 경우, 너무 이른 봄보다는 꽃샘추위가 지난 4월에서 6월 사이에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보다 이른 3월쯤 노지에 파종할 경우, 발아한 후 닥치는 꽃샘추위에 어린 모종이 냉해를 입을 수 있어요.

f. 실내의 경우 연중 파종이 가능합니다. 발아가 시작한 뒤로는 가급적 많은 빛을 쐬게 해주는 게 중요해요. 빛이 부족한 경우 굉장히 많이 웃자라며, 이렇게 웃자란 가지는 힘이 없어 잘 쓰러집니다.
저 또한 밝은 창가에서 바질을 키웠는데도 많이 웃자라서 어느 해는 집 앞 화단에 바질을 심어 둔 적이 있는데, 정말 짱짱하고 풍성하게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그러니 바질이 최대한 빛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곳에서 키워보세요.
g. 보통 화분에 바질 씨앗을 여러 개 심는데요. 떡잎이 나오고 본잎이 2쌍 정도 올라오면 하나씩 분리해서 키우는 게 훨씬 유리합니다. 한 화분에 여러 모종을 키울 경우 양분이 부족해지고 서로 빛을 가려 더 웃자라기 쉬워요. 화분 하나에 모종 하나씩 키우는 것이 좋습니다.
h. 이론상 바질은 60~90센티미터 정도까지 자란다고 알려져 있어요. 바질 키가 20센티미터쯤 되었을 때 성장 중인 생장점을 수확하면, 잘라낸 곳에서 가지 두 개가 새로 자라 나올 거예요. 이런 식으로 가지를 많이 치게 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잎을 수확할 수 있어요.
I. 3~4개월 정도 좋은 환경에서 바질을 키우다 보면 바질이 아름다운 흰 꽃을 피웁니다. 꽃이 지면 씨앗을 맺는데, 이때 씨앗을 잘 채종해 두었다 이듬해 다시 파종을 하면 좋아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물꽂이를 통한 번식도 생각보다 잘 되기 때문에 수확한 가지를 물에 담가 계속 키워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어요.
j. 실내에서 가장 밝은 곳에서 키우는데도 너무 웃자란다면, 식물 생장등을 활용해보세요. 성장에 큰 도움이 됩니다. 바질은 잎이 얇아서 식물 등 아래에서 키우면 더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어요.
독일카씨
피아니스트이자 식물 집사인 김강호는 독일카씨라는 이름으로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한다. 「식물이 아프면 찾아오세요」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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