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는 해마다 베란다 텃밭과 주말농장에 빠뜨리지 않고 키우는 작물이다. 노란색 꽃송이 밑으로 방울방울 달리는 방울토마토의 모습이 사랑스럽기도 하지만 손을 내밀어 토마토 잎을 한번 쓰윽 훑어주면 손끝에 전해지는 향기에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허브도 아닌 것이 허브 못지않은 강한 향을 가지고 있어 신기하기만 하다. 언젠가 숲 명상 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숲 테라피스트의 안내에 따라 몸을 이완한 후 눈을 감고 커다란 나무에 청진기를 살며시 대어 보았다. 한참 후 내 호흡이 정리되니 바람 소리인 듯 물소리인 듯 미세한 진동이 울려왔다. 나무에서 나는 소리를 느껴본 적이 처음이라 내 심장도 미세하게 떨렸다. 그 후로는 숲을 거닐다 왠지 끌리는 나무를 만나면 등을 대보거나 손바닥을 대본다. 내 안의 감정들도 미세한 진동을 통해 그 나무에 전해지겠지. 어쩌면 ‘관계’라는 건 말보다 서로의 미세한 진동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왠지 기분이 우울한 날이면 베란다에 나가 토마토 줄기를 흔들어본다. 거기서 퍼져 나오는 상쾌한 향으로 타인에게서 받는 상처와 스트레스가 조금씩 치유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여름이 되면 한낮에는 더위가 기승을 부려 낮 시간을 피해 새벽이나 늦은 오후에 텃밭으로 향한다. 풀도 보이는 대로 뽑아주고 목마르지 않도록 물도 듬뿍 준 뒤엔 가장 크고 잘 익은 토마토를 하나 골라 한입 베어 문다. 붉은 태양의 기운을 머금고 자라서일까? 일찍 따서 후숙시킨 마트용 토마토에서는 맛볼 수 없는 농익은 맛이 텃밭 토마토에서는 느껴진다. ‘이 맛에 텃밭을 하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방울토마토 마리네이드
재료 : 방울토마토 40개, 양파 반 개, 청자소잎 3장, 청양고추 3분의 1개, 진간장 1.5큰술, 올리브오일 3큰술, 마스코바도 설탕 반 큰술, 화이트 발사믹 2큰술, 레몬즙 1.5 큰술, 소금 2꼬집, 조각 얼음 10개(선택 사항)
1. 방울토마토 꼭지를 제거하고 꼭지 반대쪽에 십자로 칼집을 넣는다.
2. 끓는 물에 손질한 토마토를 넣고 바로 불을 끈다. 1분 정도 데친 토마토를 얼음물에 식혀 껍질을 제거한다.
3. 준비한 양파의 절반은 얇게 슬라이스하고, 나머지는 굵게 다진다.
4. 청자소잎은 손으로 살짝 비빈 후 얇게 썰고, 청양고추는 곱게 다진다.
5. 샐러드 볼에 손질한 토마토, 양파, 청자소, 청양고추를 담고 진간장, 올리브오일, 마스코바도 설탕, 화이트 발사믹, 레몬즙, 소금을 넣어 양념한다.
이정란
화학비료와 농약, 비닐없이 텃밭을 가꾸며 제철 식자재를 이용한 채식 식단을 소개한다. 저서로는 <자연스럽게 먹습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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