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요리에 많이 사용되는 그린빈은 껍질째 먹는 콩이라 ‘껍질콩’이라고도 불린다. 6월 1일 파종한 그린빈은 일주일 후 떡잎이 올라오더니 한 달 정도 지나 줄기를 뻗으면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50일 정도 지나니 수확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열매를 맺었다.
처음엔 잘 자랄까 싶어 고추밭 사이에 씨앗을 대충 몇 개 넣어두곤 잊고 있었는데, 고추 줄기를 유인줄 삼아 감고 올라오더니 어찌나 빨리 자라는지. 번식력이 참으로 놀라웠다. 콩과 식물에는 뿌리혹박테리아라는 세균이 기생하고 있어 공기 중의 질소를 모으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질소는 식물이 단백질을 합성하기 위해 필요한 중요 성분이다. 대부분 토양이나 공기 중에서 흡수하지만 부족할 경우 화학비료로 보충하곤 한다. 그런데 콩과 함께 키울 경우, 뿌리혹박테리아 덕분에 비료 없이도 자연적으로 주변 식물에까지 질소를 보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고추는 병해충 없이 어느 때보다도 잘 자라 10월 말까지 수확할 수 있었다.

그린빈은 꽃이 피고 열흘 정도 지나면 수확할 수 있는데, 오래 지나면 껍질이 딱딱해지기 때문에 수확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간혹 수확 시기를 놓쳤다면 껍질째 말린 후 콩만 밥에 넣어 먹거나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텃밭에서 바로 수확한 그린빈은 마트에서 판매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밭에서 거둔 그린빈을 바로 요리할 수 없을 땐 살짝 데친 후 냉동실에 보관한다. 냉동 그린빈은 볶음이나 스프 요리에 이용하면 아주 요긴하다. 아스파라긴산이나 라이신이 많이 들어 있어 피로 해소나 피부 미용에도 좋다.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고 요리에 활용하면 비주얼도 꽤 괜찮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물이지만 키우기도 수월하고 맛도 좋아 앞으로 텃밭 작물로 인기가 좋을 듯하다.

그린빈 감자 샐러드
재료 : 그린빈 1줌, 감자 3개, 소금 1작은술, 올리브오일, 타임
1. 냄비에 감자가 반 정도 잠길 정도의 물을 붓고 소금을 넣어 바특하게 찐다.
2. 그린빈은 양쪽 끝부분을 잘라 끓는 물에 3분 정도 데친다.
3. 찐 감자는 껍질째 4등분하고 그린빈은 반으로 잘라 그릇에 담는다.
4. 소금과 올리브오일을 뿌리고 타임을 얹으면 완성.
이정란
화학비료와 농약, 비닐없이 텃밭을 가꾸며 제철 식자재를 이용한 채식 식단을 소개한다. 저서로는 <자연스럽게 먹습니다>가 있다.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