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부터 겨울까지 가지를 맛있게 먹는 방법가지무침부터 가지밥과 라타투이까지, 가지가 주는 무한한 호사
이정란23. 09. 25 · 읽음 198

여름철 밭에 갈 때마다 3~4개씩은 기본으로 챙겨 오는 것이 바로 가지다.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이 된 딸은 벌써 가지의 맛을 알아버렸다. 나조차도 결혼을 하고서야 알았는데 말이다. 가지나 토마토, 고추 같은 열매채소는 씨앗을 뿌려 파종하기보다 5월 초쯤 모종을 사다 심는다. 가지는 모종 3~4개만 심어도 여름 내내 풍부하고도 넘치게 먹을 수 있다. 가지를 키울 때는 줄기 아래쪽에 나오는 새순을 제거하고 무성해지지 않도록 잎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분이 많아 바람이 잘 통하지 않으면 병충해에 쉽게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지가 달리기 시작하면 껍질이 질겨지기 전에 부지런히 따다 먹는다. 생가지에는 ‘솔라닌(solanine)’이라는 알칼로이드 성분이 들어있다. 솔라닌은 많은 양을 생으로 먹을 경우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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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가지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밥을 지을 때 뜸 들이기 직전 3등분한 가지를 넣어 쪄낸 뒤 뜨거울 때 쭉쭉 찢어 물기를 한번 짜 낸 후 국간장, 들기름, 깨소금에 조물조물 버물려 먹는 방법이다. 더운 여름, 뜨거운 가지를 찢어대느라 땀을 내기는 하지만 짭조름하면서도 부드럽게 익은 가지를 먹다 보면 ‘가지가 이렇게 달았나?’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기름기 없는 팬에 동그랗게 썬 가지를 구워 모차렐라 치즈를 얹어주면, 가지를 잘 먹지 않는 아이들도 쫀득한 치즈와 어우러진 부드러운 맛에 가지를 좋아하게 된다. 여기에 바질잎이나 바질 가루를 토핑 해주면 예쁘기까지 하다. 가지가 한창일 때는 가지밥을 해도 맛있다. 반으로 갈라 듬성듬성 썰어준 후, 불린 쌀 위에 올려 밥을 지으면 구수한 냄새가 난다. 뜸 들이는 동안 진간장에 물을 조금 넣고 풋고추, 통깨, 들기름을 넣어 양념장을 만들어 비벼 먹으면 다른 밑반찬이 필요 없다. 가지에 간장물을 부어 장아찌를 만들어도 좋다. 뜨거운 간장물을 한 김 식혀서 부어주면 쫄깃쫄깃한 가지를 오랫동안 맛볼 수 있다. 여름에 말린 가지는 가을과 겨울 동안 유용한 식재료가 된다. 묵나물(겨우내 저장해 둔 가지, 호박고지, 버섯, 고사리 등으로 만든 묵은 나물)을 만들 생각이라면, 가지가 부드러울 때 따다 말려야 질기지 않고 맛있다. 여름 채소를 말리면 영양도 풍부한 데다 꼬들꼬들한 식감이 살아나니 푸성귀가 귀한 겨울철 밑반찬으로도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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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식 채소 스튜 라타투이

재료 : 가지 1개, 쥬키니 호박 1개, 애호박 1개, 토마토 2개, 양파 2개, 마늘 6쪽, 새우살 100그램, 페퍼론치노 2개, 올리브유 2큰술, 빵가루 2큰술, 모차렐라 치즈 4큰술, 바질 5장(타임으로 대체 가능), 소금 약간

1.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슬라이스 한 양파를 볶다가 양파가 반쯤 익으면 페퍼론치노를 넣고 양파가 노랗게 익도록 볶아준다(소금 간 약간).

2. 가지, 쥬키니 호박, 애호박은 채소 슬라이서를 이용해 0.5밀리미터 두께로 썬다.

3. 마늘은 편으로 썰고, 새우살은 반으로 갈라 내장을 제거한다.

4. 토마토는 사각으로 썰고, 바질은 굵게 썬다.

5. 오븐 팬에 볶아 놓은 양파를 깔고 팬 가장자리에 가지, 쥬키니 호박, 애호박을 순서대로 담는다.

6. 가운데 빈 공간을 토마토와 바질로 채운다.

7. 편 썰기한 마늘과 손질한 새우살을 토핑 한다.

8. 요리 솔을 이용해 올리브유 1큰술을 골고루 발라준다.

9. 빵가루 2큰술을 뿌려 180도 오븐에서 50분 익힌다.

10. 모차렐라 치즈를 얹고 200도 오븐에서 20분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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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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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비료와 농약, 비닐없이 텃밭을 가꾸며 제철 식자재를 이용한 채식 식단을 소개한다. 저서로는 <자연스럽게 먹습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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