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질 향을 너무 좋아해 텃밭을 시작한 후로는 해마다 키우고 있다. 특히 베란다에 심은 바질은 요리할 때 바로 따서 쓰곤 하는데, 신선할 뿐만 아니라 손끝에서 전해지는 상큼한 향이 기분까지 맑게 한다. 텃밭에서는 바질을 토마토 옆에 심어 키운다. 바질의 독특한 향은 토마토에 생길 수 있는 병해충을 막아주고 꽃이 빨리 필 수 있도록 이로운 벌레를 유인하는 역할을 한다. 토마토 옆에서 자라는 바질 또한 잎이 부드럽고 향이 진해진다.
한 공간에 있으면 서로 힘들어지는 관계가 있는 반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관계도 있는 건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닌가 보다. 키울 때도 그렇지만 요리할 때도 토마토와 바질은 환상의 궁합이다. 샐러드, 수프, 피자, 파스타 할 것 없이 토마토가 들어가는 요리에 바질을 넣으면 음식이 한 층 업그레이드된다. 말린 토마토에 마늘과 바질을 더해 올리브유에 재워 두면 향기가 얼마나 좋은지. 특히 바게트 빵에 찍어 먹으면 그 풍미가 환상이다. 파스타나 감바스 알아히요와 같은 서양 요리를 만들 때 사용해도 풍미가 훨씬 깊어져 해마다 거르지 않고 만들게 된다. 바질 올리브오일은 작은 병에 만들어 두었다가 10일 정도 숙성시킨 후 냉동실에 보관한다. 냉장실에서 잘 굳기 때문에 실온에 두고 가능한 한 빨리 먹는 것이 좋다.

바질을 수확할 때는 영양이 꽃으로 가기 전, 그러니까 꽃이 피기 전이 좋다. 바질은 요리에 이용할 수도 있지만 잘 말려서 차로 마셔도 좋다. 여름철 생잎을 찬물에 넣어 마시기도 하지만 잘 말린 바질은 깊은 향과 맛이 있어 겨울철 따끈한 차로 마시거나 가루를 내어 토핑으로 이용해도 좋다.
바질은 아유르베다(인도 고대 의학)에서도 어댑토겐(adaptogen, 강장제)으로 분류되어 강력한 회춘 작용을 하는 허브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 몸에서 부신의 기능을 향상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부신은 콩팥(신장) 위에 위치한 내분비 기관으로, 이 부신에서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으면 호르몬 균형이 깨져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고, 성호르몬의 분비가 저하되며, 만성피로 증상을 보이게 된다고 한다.
집에서 작은 화분 하나만으로도 바질은 쉽게 키울 수 있으니 올해는 바질 키우기에 도전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바질 페스토
재료 : 바질잎 50그램(3컵), 호두 30그램, 마늘 3쪽, 올리브오일 100밀리리터, 페퍼론치노 3개, 파르메산 치즈 20그램, 소금 1/2작은술, 후추 약간
1. 유리병은 깨끗하게 씻어 110도 오븐에 10분간 소독한다.
2. 호두는 미지근한 물에 20분 정도 불려 두꺼운 껍질을 제거하고 타지 않게 주의하며 약불에 굽는다.
3. 세척 후 물기를 제거한 바질, 구운 호두, 마늘을 블렌더에 넣고 올리브오일을 조금씩 부어가며 갈아준다.
4. 적당한 농도가 되면 파르메산 치즈, 소금, 후추를 넣는다.
6. 소독된 병에 페퍼론치노와 함께 담고 올리브 오일을 채워 공기와의 접촉을 막는다.
7. 냉장고에 1~2주 정도 보관하고, 오래 두고 먹을 경우 냉동 보관한다(아이스큐브에 담아 소분하면 사용하기 편하다).
이정란
화학비료와 농약, 비닐없이 텃밭을 가꾸며 제철 식자재를 이용한 채식 식단을 소개한다. 저서로는 <자연스럽게 먹습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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