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화분을 비교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분이 애용하는 토분,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기능성 슬릿분 그리고 도자기 화분을 비교해 나에게 맞는, 나아가 식물에게 맞는 화분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볼게요.
공기도 잘 통하고, 과습도 막아주고, 예쁘기까지 한 토분
먼저 토분입니다. 말 그대로 흙을 빚어 구워 낸 화분입니다. 흙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화분 자체에 공기가 통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에요. 그만큼 화분 속 흙의 수분이 빨리 증발하기 때문에 과습을 방지할 수 있어요. 또 한 가지 장점은 화분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는 점이지요.
단점은 무게와 비교적 높은 가격대예요. 작은 토분은 무게를 체감하기가 어렵지만 화분이 클수록 그리고 큰 토분에 흙을 채우고 물을 주었을 경우, 혼자 들고 옮기기 버거울 정도로 무거워집니다. 토분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지요.
또 작은 토분의 경우 2,000~3,000원 정도로 크게 부담되지 않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지만, 크기가 커질수록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비싸져요. 직경 50센티미터 정도 되는 대형 토분의 경우, 제조사와 제조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략 20~50만 원 정도 합니다.
한때 저는 큰 토분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싼지 의문을 품고 있었어요. ‘2,000원짜리 작은 토분 10개 만들 분량의 흙이면 중형 토분 하나는 만들 수 있을 텐데. 그렇게 따지면 중형 토분 가격이 2만 원 정도 되어야 할 텐데, 왜 그보다 다섯 배나 비싸지?’ 하고요.
토분을 제작하는 지인에게 물으니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어요. 토분은 흙으로 성형 작업을 마친 후 가마에 12시간 정도 구워서 완성합니다. 물론 가마 크기, 제조사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요. 토분 가마의 온도를 높이는 예열 시간, 토분을 굽는 시간, 굽기를 끝내고 가마 온도가 식는 시간 등을 모두 합하면 대략 24시간이 소요됩니다. 작은 토분의 경우, 한 번 가마를 가동할 때 꽤 많은 수량을 구울 수 있어요. 하지만 대형 토분의 경우, 가마 크기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한 번에 소량만 구워 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 거죠. 이 설명을 듣고 나서는 “아, 큰 토분은 비쌀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납득하게 되었습니다. 꽤 흥미로운 이야기죠?

요즘 인기 있는 슬릿분, 대체 어떤 효과가 있길래?
플라스틱 화분 아래 길게 칼집(슬릿)이 들어간 것을 슬릿분이라고 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슬릿분이 뭔가요?”라는 질문이 많았는데, 요즘은 슬릿분을 아는 분이 많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슬릿분이 정확히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아는 분은 별로 없더라고요.
슬릿분은 화분 아래에 나 있는 칼집 덕분에 물 빠짐이 좋고 통풍이 잘 되어 과습을 막아줍니다. 긍정적인 효과죠? 하지만 정말 중요한 효과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뿌리가 화분 전체에 골고루 자라도록 한다는 점이에요.
일반적인 화분은 식물과 흙을 담을 수 있는 용기 형태로, 바닥 부분에 물구멍이 뚫려 있어요. 이런 화분에 식물을 키우면 뿌리 서클링 현상이 많이 생겨요. 뿌리 써클링 현상이란 식물 뿌리가 화분 아랫부분에 집중적으로 자라 둘둘 말리는 형태를 말해요. 특히 성장이 빠른 로즈메리 같은 식물에서 많이 발견되는 현상이죠. 슬릿분은 이런 뿌리 서클링 현상을 줄이고 뿌리가 화분 구석구석 뻗어가도록 도와줍니다.
어떻게 그런 효과를 가져오냐고요? 바로 화분 아랫부분 칼집으로 들어오는 빛 때문입니다. 이 칼집은 빛이 뿌리 쪽으로 들어오도록 해주지요. 대부분 식물의 뿌리는 빛을 피해 어두운 곳으로 뻗어 나가는 특성이 있어요. 뿌리가 자라며 화분 아래쪽으로 뻗어가는데, 아래쪽으로 빛이 들어오니 방향을 틀어 화분의 중앙부로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효과로 슬릿분에 식물을 키울 경우 일반적인 화분보다 뿌리가 골고루 뻗게 되어 분갈이 시기를 늦춰주고, 뿌리 생육이 활발해져 식물체가 건강하게 자라도록 해줍니다. 일반적인 화분에 식물을 키웠을 때보다 슬릿분에 키운 경우 분갈이할 때 뿌리가 골고루 빼곡하게 자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이처럼 만능 화분처럼 보이는 슬릿분에도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화분이 가벼워도 너무 가볍다는 점이에요. ‘화분이 가벼우면 좋은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식물이 성장하면서 화분과 흙보다 식물체가 상대적으로 무거워지면 슬릿분이 넘어지는 일이 많이 생겨요. 특히 화분 흙이 말랐을 때 더 자주 발생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토분이나 도자기 화분처럼 무거운 화분 안에 슬릿분을 넣어 관리하는 분도 많답니다.
감당할 수만 있다면, 인테리어 효과는 탁월한 도자기 화분
앞서 설명한 토분과 슬릿분에 비하면 도자기 화분은 장점이 많지 않습니다. 도자기 화분은 토분과 성분이 유사하지만, 유약을 발라 겉면이 반짝이거나 색감이 다양하고 화려한 경우가 많아요. 토분과 슬릿분에 비해 물마름이 더디고, 무게도 상당하죠.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식물을 심어 두었을 때 가장 예쁜 건 도자기 화분이더라고요. 식물 키우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고 노하우가 쌓인 분이라면 도자기 화분에 식물을 키워 보기를 추천해요.
각 화분의 장점과 단점을 살펴보면 어떤 화분이 나와 잘 맞을지 감이 올 겁니다. 본인의 식물 관리하는 방법과 환경에 따라 적절한 화분을 선택해 즐거운 식물 생활하시기를 바랍니다.
독일카씨
피아니스트이자 식물 집사인 김강호는 독일카씨라는 이름으로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한다. 「식물이 아프면 찾아오세요」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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