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독 봄에 많은 잡초가 싹을 틔울까? 씨앗이 싹을 틔우기 위해 꼭 겪어야 하는 것
하루 한 권 식물24. 02. 17 · 읽음 214

봄에 날이 포근해지면 잡초들이 싹을 틔우기 시작한다. 왜 유독 봄에 많은 잡초가 싹을 틔울까?

A. 햇볕의 세기가 광합성하기에 적당해서 

B. 곧 다가올 여름이 광합성하기에 좋은 시기여서 

C. 혹독했던 겨울 추위를 몸소 체험했기 때문에 

정답 C. 혹독했던 겨울 추위를 몸소 체험했기 때문에

봄이 오면 다양한 종류의 잡초가 싹을 틔운다. 겨울 동안 잡초가 자라지 않았던 땅에 촘촘히 싹이 돋아나 논두렁을 뒤덮는다.

잡초의 씨앗은 겨울에도 분명 같은 장소에 있었다. 그런데 왜 싹을 틔우지 않았을까? 식물이 싹을 틔울 때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고, 그중 하나가 ‘적절한 온도’다. 하지만 추운 겨울에 싹이 트지 않는 이유가 ‘온도가 낮아서 발아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하면 ‘따뜻한 날씨가 발아 조건에 적합해서’라고 이해하기 쉽다.

그래서 ‘왜 유독 봄에 많은 잡초가 싹을 틔울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바로 ‘따뜻해져서’라는 답이 돌아올 때가 많다. 대답하는 사람은 ‘왜 그런 당연한 것을 묻느냐’는 듯이 의아해한다.

따뜻해져서 싹이 트는 것도 맞다. 그 대답이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대답에는 봄에 싹을 틔우기 위해 씨앗이 견뎌야 했던 고통이 들어있지 않다. 

봄과 가을은 기온이 거의 비슷하다. 만약 기온이 따뜻해서 봄에 싹이 트는 것이라면 열매를 맺고 난 직후인 가을에 발아해도 된다. 하지만 가을에 싹을 틔우면 곧 닥쳐올 겨울 추위 때문에 싹이 자랄 수가 없다. 그래서 씨앗은 추운 겨울이 지나갔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절대 싹을 틔우지 않는다.

저온 보관한 사과나무 종자의 발아(빌리어스의 결과를 응용).  ⓒ 하루 한 권, 식물 / 다나카 오사무

겨울이 끝났는지를 확인하려면 씨앗은 겨울 추위를 직접 느껴야 한다. 그래서 자연에서 봄에 싹을 틔우는 씨앗은 겨울에 땅속에서 추위를 몸소 체험한다.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싹을 틔울 계절이 오기를 꿋꿋하게 기다린다. 즉 고통을 견뎌내야만 싹을 틔울 수 있다는 말이다. 

선택지에 있었던 ‘A 햇볕의 세기가 광합성하기에 적당해서’와 ‘B 곧 다가올 여름이 광합성하기에 좋은 시기여서’도 발아한 다음에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그전에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겪지 않으면 씨앗은 애초에 싹을 틔우지 않는다. 봄이라는 계절에 일어나는 수많은 현상은 겨울 추위 덕분에 일어날 수 있다. 

이 시리즈는 <하루 한 권, 식물>(다나카 오사무 지음, 이은혜 옮김, 드루)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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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과학의 영역을 탐구하는 하루 한 권 시리즈. 그중 <하루 한 권, 식물>은 식물의 사계절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질문과 답의 형식으로 접근한다. 일상 속 식물과 함께하며 가졌던 궁금증과 호기심을 시원하게 풀어주며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한 식물의 지혜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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