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두나 강낭콩, 무순 등 인간이 재배하는 식물의 씨앗은 발아하고 빛의 유무를 걱정할 필요 없다.
왜냐하면 발아하고 나서 빛이 필요할 때 인간이 빛을 비춰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아의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언제든 발아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자연에서 자생하는 식물은 ‘발아의 세 가지 조건’이 충족해도 섣불리 발아할 수는 없다.
만약 자연에 있는 씨앗이 빛이 차단된 장소에서 발아하면 싹은 말라버린다. 그러나 발아하지 않은 상태라면, 어려운 환경을 견디며 계속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발아해도 살아갈 수 없는 환경에 있다면 발아하지 않는 편이 씨앗에겐 더욱 좋다. 성장에 유리한 조건이 될 때까지 발아할 기회를 노리며 씨앗인 채로 기다리는 편이 나은 것이다.

따라서 빛이 필요한 씨앗은 빛이 비치지 않는 암흑 속에선 발아의 세 가지 조건이 주어져도 발아하지 않는다. 능력이 있는데도 조건이 충족되지 않기에 발아의 세 가지 조건을 부여해도 발아하지 않는 씨앗의 상태를 휴면이라고 부른다.
휴면의 원인은 빛의 조건뿐만 아니라 다양하다. 가령, 발아에 적절한 온도가 주어지기 전에 낮은 온도에 노출되는 것이 조건인 씨앗이 있다고 치자. 씨앗은 저온에 노출되지 않으면 발아의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도 휴면 상태에선 발아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 시리즈는 <하루 한 권, 씨앗>(다나카 오사무 지음, 박제이 옮김, 드루)에서 발췌했습니다.
하루 한 권 씨앗
일상 속 과학의 영역을 탐구하는 하루 한 권 시리즈. 그중 <하루 한 권, 씨앗>은 씨앗의 놀라운 생명력과 생존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씨앗과 관련된 일상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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