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아의 세 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가을에도 싹이 틀까?가을 씨앗이 싹을 틔우기 위해 필요한 것
하루 한 권 식물23. 10. 28 · 읽음 752

많은 식물이 가을에 씨앗을 만들고 봄에 싹을 틔운다. 씨앗이 발아하려면 봄 기온에 가까운 온도, 물, 공기(산소)라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발아의 세 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가을에도 싹이 틀까? 

A. 1주일 안에 싹이 튼다 

B. 몇 주가 걸리기는 하지만 싹이 튼다 

C. 싹이 트지 않는다 

정답 C. 싹이 트지 않는다

이번 질문은 ‘왜 유독 봄에 많은 잡초가 싹을 틔울까’의 복습이다. 우리는 이미 가을에 생긴 씨앗은 겨울 추위를 겪지 않으면 싹이 트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단한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추위가 발아에 미치는 영향. ⓒ 하루 한 권, 식물 / 다나카 오사무 / 다카무라 가이

가을에 만들어진 씨앗을 채취해 물 머금은 티슈가 깔린 샬레에 뿌린다. 하지만 이 씨앗을 따뜻한 실내에 놓아두어도 싹은 올라오지 않는다. 

이번에는 똑같은 샬레를 하나 더 준비해서 잠시 냉장고에 넣어 둔다. 그 후에 발아할 수 있도록 다시 실온에 꺼내 두면 신기하게도 싹이 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냉장고에 넣어둔 기간이 길수록 발아율은 올라간다. 이 실험을 통해 가을에 만들어진 씨앗은 겨울의 저온을 겪지 않으면 싹을 틔우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 가을에 바로 싹을 틔우면 곧 닥쳐올 겨울 추위에 싹은 분명 말라죽을 것이다. 가을에 만들어진 씨앗은 겉으로 보기에는 완전하나, 발아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서 겨울 추위를 겪어야만 비로소 싹을 틔울 수 있다. 

겨울의 추운 날씨를 느끼지 못하면 발아하지 않는 성질은 가을에 생긴 씨앗이 자연에서 겨울을 날 때도 도움이 된다. 명아주, 강아지풀, 돼지풀 같은 잡초의 씨앗뿐만 아니라 물푸레나무, 단풍나무, 튤립나무, 호두나 무, 사과, 복숭아 등 많은 씨앗이 이런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는 일단 한 번 싹이 트고 나면 추위를 피해 이동할 수 없는 식물이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생각한 지혜다. 

추위를 겪지 않은 씨앗의 내부에는 발아를 방해하는 물질, ‘아브시스산’이 들어있다. 씨앗이 저온에 노출되면 이 물질의 함유량은 줄어든다. 아브시스산이 발아를 억제하는 물질이라면 ‘지베렐린’은 발아를 촉진하는 물질이다. 지베렐린은 추위를 겪고 따뜻해지면 그 함유량이 늘어난다. 그래서 발아를 촉진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시리즈는 <하루 한 권, 식물>(다나카 오사무 지음, 이은혜 옮김, 드루)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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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과학의 영역을 탐구하는 하루 한 권 시리즈. 그중 <하루 한 권, 식물>은 식물의 사계절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질문과 답의 형식으로 접근한다. 일상 속 식물과 함께하며 가졌던 궁금증과 호기심을 시원하게 풀어주며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한 식물의 지혜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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