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재배’하는 알뿌리 식물은 아무리 추워도 차가운 물에 담근다. 차가운 물에 담긴 식물이 가엾다며 봄에 꽃을 피우는 알뿌리 식물을 겨울에 따뜻한 방 안에서 수경재배하면 어떻게 될까?
A 겨울에 꽃이 피기 시작한다
B 봄이 되면 예쁘고 멋진 꽃이 핀다
C 봄이 되어도 예쁘고 멋진 꽃이 피지 않는다
정답 C. 봄이 되어도 예쁘고 멋진 꽃이 피지 않는다
가을에 심는 튤립, 히아신스, 수선화 같은 화초는 여름에 꽃봉오리가 생긴다. 이 꽃봉오리는 가을을 지나 겨울의 추위를 겪은 후에야 자라기 시작해 이듬해 봄에 꽃을 피운다. 그래서 화단에서 재배할 때는 가을에 알뿌리를 심어 추운 겨울을 나게 한다. 따라서 알뿌리 식물은 실내에서 수경재배할 때도 반드시 추위를 겪어야만 한다. 그런데 가을에서 겨울 사이, 수경재배를 하다 보면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고 추운 방에 있는 식물이 불쌍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따뜻한 실내에 두면 추위를 겪지 못한 알뿌리 식물은 봄이 되어도 예쁘고 멋진 꽃을 피우지 못한다. 수경재배하는 알뿌리 식물은 ‘따뜻하게 해주고 싶다’라는 당신의 친절한 배려를 고맙게 생각하면서도 사양하고 싶을 것이다.
알뿌리 식물이 봄에 꽃을 피우려면 뿌리 안에 있는 꽃봉오리가 일정 기간의 저온 상태를 시작으로 성장에 필요한 온도변화를 순차적으로 경험해야만 한다. 다만 꽃봉오리 성장에 필요한 온도는 식물의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르다. 그래서 빨리 꽃을 피우는 데 필요한 온도와 기간을 식물별로 조사한 데이터가 있다.

이 표를 보면 튤립은 꽃봉오리가 생기고 꽃이 필 때까지 최소 25주 정 도가 걸린다. 이 데이터를 이용해 식물을 재배하는 방법이 ‘촉성재배’이며, 이 방법을 이용하면 크리스마스에도 화분에 핀 튤립을 볼 수 있다. 가을 겨울에 피는 일명 ‘아이스 튤립’도 이 방법을 이용한다.
겨울은 봄에 꽃을 피우는 알뿌리 식물이 몸을 웅크리고 추위를 버티기만 하는 계절이 아니라, 봄에 꽃을 활짝 피우기 위해 시련을 경험하는 계절이다. 봄에 땅 위로 올라와 꽃을 피우기 위한 발판이 되어주는 시기인 셈이다.
이 시리즈는 <하루 한 권, 식물>(다나카 오사무 지음, 이은혜 옮김, 드루)에서 발췌했습니다.
하루 한 권 식물
일상 속 과학의 영역을 탐구하는 하루 한 권 시리즈. 그중 <하루 한 권, 식물>은 식물의 사계절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질문과 답의 형식으로 접근한다. 일상 속 식물과 함께하며 가졌던 궁금증과 호기심을 시원하게 풀어주며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한 식물의 지혜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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