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채집・채취한 것만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 <야생의 식탁> 저자 모 와일드가 일 년간 야생식에 도전한 이유
야생의 식탁23. 11. 16 · 읽음 242

일 년 동안 야생식만 먹겠다고 하면 그야말로 정신 나간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유례없이 중요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나는 호기심 많은 채취인이자 약초 연구자로서 수년간 야생식에 관심을 가져왔다. 이론뿐 아니라 실제 적용에도 항상 흥미를 느꼈던 만큼 직접 제철 야생식을 먹으며 채취의 역사와 요리의 진화를 추적해 보고 싶었다. 자연은 내게 매혹과 영감을 선사하는 존재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봉쇄를 겪으며 우리 모두가 스스로의 지구 파괴 행각을 돌아보게 되길 바랐지만, 블랙 프라이데이 주간을 맞아 염가 쇼핑에 탐닉하는 수많은 소비자를 보니 좌절감이 든다. 이 세상은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내게는 저항으로서의 단식투쟁에 가까운 최후의 수단이 필요하다.

자연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이야말로 인간과 지구의 단절을 치유할 방법이라고 직감한다. 하지만 그게 가능한 일인지, 정말로 우리를(혹은 나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직접 실험 대상이 되어 보기로 했다. 작년에 나는 너무 오래 책상 앞에서 고단하고 피곤한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오늘, 즉 11월 27일 블랙 프라이데이부터 이곳 스코틀랜드 중부에서 직접 채취할 수 있는 음식만 먹기로 다짐했다.

마치 코로나바이러스로만으로는 우리의 시련이 부족하다는 듯, 기후변화 또한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다. 이상 기온, 농작물에 가루받이를 해 줄 벌들의 실종, 홍수와 가뭄이 연달아 닥쳐오는 날씨, 토양 황폐화, 화학물질과 미세플라스틱… 낙관론자인 내가 떠올려 봐도 이 정도다! 게다가 영국은 브렉시트의 여파로 식량 부족이 나타나리라는 경고를 받은 터다. 영국에서 유통되는 식량은 대부분 외국산이며, 특히 겨울에는 방울양배추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과일과 채소가 해외에서 수입된다. 방울양배추(영어로 브뤼셀 스프라우트 Brussels sprouts라고 한다. 브뤼셀은 벨기에의 수도다—옮긴이)라니, 현재 상황에서 매우 아이러니하게 들리는 이름이다.

음식과 그것을 나누는 행위는 인간다움의 핵심이다. 과거 부족 문화에서는 여행자에게 늘 무료로 식사와 환대를 베풀었다. 기후 위기, 부의 양극화, 자원 부족에 직면한 현대의 아수라장에서 돈 없이도 구할 수 있는 야생식과 그에 대한 접근 가능성은 우리가 사랑하는 이 지구에서 하나의 종으로 생존하는 데 있어 한층 더 심오한 주제들을 반영한다. 야생식을 먹는 것은 요리인 동시에 치유이고, 사회적이자 정치적인 행위이며, 우리 후손들이 자연과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지구 중심적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영감을 줄 것이다.

ⓒ iStock/SolStock

채취는 새로운 행위가 아니다. 중산층의 요리 체험도 아니고 억만장자의 유희도 아니다. 내가 아는 세계 곳곳의 채취인 들은 인류의 완벽한 다양성을 보여 준다. 자연은 우리 모두의 어머니다. 자연은 우리가 가난하든 부자든, 유색인종이든 백인이든, 여성이든 남성이든 논바이너리든 상관하지 않는다. 자연은 궁극적으로 다양성을 선호한다. 심지어 성별이 3만 6000가지 이상인 버섯 종도 있다. 인간이 두 가지 이상의 성별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은 최근에 와서야 받아들여졌고 그조차도 부정하는 이들이 아직 많은데 말이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자연에는 그야말로 무지개의 모든 색이 존재한다.

인간 이외의 생물종은 너무나도 다양하기에 우리는 여전히 매년 새로운 종을 발견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멸종시키는 중이다.

채취 행위는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인간 유전자에 후생유전학적으로 추가된 특성이다. 우리는 채취를 통해 단순히 ‘인간’으로 존재하게 된다. 도심 공원에서 봄맞이냉이를 한 줌 따서 샐러드에 넣든 혹은 가을 숲에서 풍성한 야생 버섯 잔치를 벌이든, 채취는 콘크리트 세상에 대한 최후의 야생적 저항이며 인간과 로봇을 구분 짓는 행위다. 갈라진 댐 틈새로 들어오는 한 줄기 빛처럼, 야생식은 우리의 영혼을 살찌운다.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가 시골뿐만 아니라 도시의 깨진 보도블록 사이에서도 만날 수 있는 자연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기를 간절히 바란다. 특히 젊은 층에서 더 단순하고 진정성 있는 삶과 생활 방식을 갈망하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이 글은 <야생의 식탁>(모 와일드 지음, 신소희 옮김, 부키) 중 프롤로그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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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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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식물을 사랑하는 약초 연구자 모 와일드. <야생의 식탁>은 그녀가 자신이 사는 스코틀랜드 중부 자연에서 나고 자란 것에만 의지하며 보낸 사계절을 기록한 책이다. 일 년간 마트 대신 야생을 누비며 발견한 동식물의 생태부터 채취 노하우, 야생식 레시피까지 풍요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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