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집사 심화 가이드 6 : 통풍, 통풍, 통풍당신의 식물은 올바르게 바람을 쐬고 있습니까?
한진아24. 01. 04 · 읽음 893

식물을 키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을 딱 한 가지만 꼽으라고 하면, 저는 망설임 없이 ‘바람’이라고 대답합니다. 신선한 바람이 흙 속을 지나고, 잎 사이사이에 스치는 것은 식물의 생육에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가 답답한 공기와 이산화탄소가 가득한 환경에서 호흡하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죠.

하지만 일상 속 우리는 창문을 닫고 지내는 게 더 익숙할 거예요. 대기오염도 한몫하겠지만, 생활환경의 이유로 더욱이 그럴 수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창문 너머 들어오는 바람보다는 즉각적인 시원함을 안겨주는 선풍기와 에어컨을 선호하게 됐고, 소음 없는 환경에서 집중해 일해야 할 상황도 많죠. 단독주택보다는 공동생활을 하는 아파트에 거주하고,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운동 대부분이 실내에서 가능해진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요.

우리가 이런 생활에 익숙해지는 동안 식물은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곳에서 답답해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고여 있는 물이 썩는 것처럼, 갇혀 있는 공기도 변질됩니다. 공기청정기로 아무리 걸러내어 실내 공기를 순환한다고 해도,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 바람에는 비할 바가 없어요. 식물은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습니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적응하며 살아갈 노력을 할 뿐입니다. 통풍이 되지 않는 꽉 막힌 공간에서 살게 된다면 저들끼리 살 궁리를 모색하다 색을 변화시키기도, 반점을 드러내기도, 잎을 떨어뜨려도 보며 온갖 표현을 할 거예요. 이런데도 우리가 눈치를 못 채면 안 되겠죠. 지금 당장 창문을 활짝 열어 신선한 공기가 실내로 스미도록 해보세요. 그게 우리가 식물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쉽고도 의미 있는 노력입니다.

바람은 잎의 증산 작용을 촉진시켜 기공으로부터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증가시키고, 뿌리로부터 양분과 수분의 흡수를 촉진시켜 광합성 작용을 활발하게 만듭니다. 다습한 환경의 습도를 낮춰 병해 발생을 감소시키고, 공기 오염 물질을 희석시켜 농도를 낮추기도 하며, 더운 날씨에 기온과 지온을 낮추는 역할도 합니다. 통풍만 잘 시켜도 식물에게 생기는 병충해의 상당수는 예방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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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바른 환기 방법

1. 아침, 저녁 5~10분이라도 매일 환기합니다.

잠깐이라도 신선한 바람이 실내에 들어올 수 있도록 신경 써 주세요.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계절에 상관없이 창문부터 연답니다. 날씨가 춥지 않을 때에는 낮 시간 내내 창문을 조금이라도 열어 두고 생활하고 있어요. 단, 바람을 쐬어준다고 추운 겨울에 식물을 창틀에 올려놓는 행위는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냉해를 입을 수 있고, 심할 경우 회생 불가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2. 서큘레이터나 선풍기를 활용해 틈틈이 바람을 쐬어주세요.

아침, 저녁 따로 환기하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는 틈틈이 서큘레이터나 선풍기를 가동해 주세요. 이때 식물 가까이에 두면 흙과 잎이 과하게 마를 수 있습니다. 실내 공기를 순환시키기 위해선 서큘레이터를 공중이나 벽을 향해 트는 것이 좋습니다. 식물에게 물을 준 날이라면 더욱 통풍이 잘 될 수 있도록 환기와 간접 바람 둘 다 챙겨주세요.

3. 공간 전체에 바람이 통할 수 있도록 최대한 여러 개의 문을 개방합니다.

창문이 작아 바람이 잘 들어오지 않는 환경이라면 현관문을 동시에 열어 공기가 사방으로 순환될 수 있도록 합니다.

4. 한번씩 화분의 배수 구멍이 공기중에 노출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장마철 혹은 과습의 위기에 처한 식물은 배수 구멍이 공기 중에 노출될 수 있도록 화분을 바닥과 띄워 줘야 합니다. 화분과 받침 사이에 병뚜껑 서너 개를 끼워두거나 화분과 받침 사이에 납작한 돌을 넣어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장마철 및 과습 상태가 아니더라도 꾸준히 활용하면 좋습니다. 위아래 통풍이 원활해져 뿌리 활동이 활발해지고, 흙 마름에 도움을 주니 더없이 좋은 저만의 가드닝 팁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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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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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트숍 '서서히'를 운영하며 책 <서서히 식물이 좋아집니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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