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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코스모스지
파초청녀24. 05. 10 · 읽음 154

코스모스는 유독 쑥쑥 컸다.

우리 아이들이 코스모스를 닮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크라는 아이들은 안크고 코스모스는

덥다가 춥다가 종잡을 수 없는 날씨에도

끝없이 끝없이 크다 화분을 넘어버렸다.

 

그러더니 어느순간 꽃봉오리가 생겼다.

코스모스는 더운 날씨에 피지 않을거라

섣부르게 판단했었기에 일찍 발견하지 못했다.

이미 세개가 올라온 상태였고,

그중 하나는 붉게 차오르고 있었다.

 

한참 발아에 재미 들렸을 때

뭣모르고 파종했었고, 그러고 한동안은

찐하게 후회를 했다. 키는 쑥쑥 크는데

잎파리가 자꾸 말라비틀어졌기 때문이다. 

아, 사람이 때가 있듯 꽃도 때가 있는 법인데

가을의 상징을 내가 지금 봄의 한가운데 서서

꽃을 피우라고 종용하는 모습이라니. 

 

그래서 시든잎을 열심히 뜯어주며

반그늘에 옮겨주고 겨울이 올때까지

몇달만 참으라고 소망했다. 

 

그런데 꽃봉오리가 올라온것이다.

요 며칠 추워진 덕이었다.

비가오고, 해가 안뜰때마다

방울토마토를 생각하면 속상했지만

코스모스를 생각하면 안심이 되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벌어진 꽃봉오리.

반갑다 코스모스야. 

가을이 아닌 봄에 보니 두배로 반갑네.

이 색감을 어찌할꼬.

한복치마를 그 어떤 색으로 물들여도

너보다 아름답지는 않을꺼야.

 

"맞아요. 제 미모를 감히 누가 따라오겠어요."

라고 대답하는듯 마침내 활짝 피어난 코스모스.

누가 코스모스를 가을의 상징이라고 했던가.

봄에 피어도 이리 아름다운것을.

 

되레 꽃을 피우니 시든잎이 많이 없어졌다.

하지만 다시 해가뜨고 여름같은 봄이 이어지니

다시 걱정이 된다. 아직 피어나지 못한 꽃봉오리들이

이 햇살을 견딜 수 있을지. 

 

여하튼 이제 진짜 다 피어났다.

메리골드, 비올라, 플록스, 코스모스.


정말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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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초청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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