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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만나는 식물
사농24. 05. 10 · 읽음 353

 

전 사실 꿈이 동화작가입니다. 이 말을 동네방네 내뱉은지 벌써 20년이 된 것 같은데 아직 한권도 쓰지 않았어요. 러프한 스케치 몇 점들이 전부지만 여전히 가슴 속에는 그 꿈이 살아 있답니다. 대신 동화책은 정말 많이 읽어요. 아이를 키우는 것도 아닌데 제가 도서관에서 빌리는 대부분의 책은 동화책이랍니다. 그림 속에서 많은 휴식과 위안을 얻거든요!

 

 

 

 

5월에 빌린 세권의 동화책이 마치 짠 것 처럼  모두 식물에 관한 내용이었어요.

 

베란다에도 식물이 가득한데 빌린 동화책에도 식물이 가득합니다. 

 

 

 

 

 

 

 

소개해드릴 첫번째 책은 샤를 베르베리앙의  <나무는 자라서 나무가 된다> 입니다. 이라크에서 태어나 레바논에서 대부분을 보낸 그는 처음 쓰고 그린 이 책으로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스 부분 대상을 받았어요. 뭐..태어나 보니 왕자네? 이런 느낌입니다.

 

제목부터 힐링되지 않나요? 우리는 자꾸 '무엇'이 되기 위해 삶에서 수없이 길을 잃고 괴로워하고 진을 빼지만 결국 우리는 한 '인간'이 되기 위함을 잊고 사는 것 같아요. 나무는 자라서 나무가 되고, 저는 자라서 제가 되듯이 자연스레 흐름을 따르며 살고 싶어집니다.

 

 

 

 

 

책은 흑백과 컬러를 넘나들며 어린 아들과 엄마의 숲속 산책을 그려갑니다. 아이는 어린 나무는 학교에 가는지, 인간보다 오래 사는지, 이런 숲속에서 어린 나무들은 외롭지 않은지 질문을 이어가요. 엄마의 대답이 궁금하시다면, 당장 도서관으로!

 

 

 

 

 

"숲에 사는 나무는 결코 혼자가 아니란다. 이 많은 나무들이 함께 있잖니." 엄마의 대사가 제 마음에 쿵 닿습니다. 언젠가 무거운 외로움이 저를 칠 때, 나무가 울창한 숲 속에서 호흡을 해보며 자연과 깊은 연결감을 느껴보고 싶어집니다.

 

 

 

 

 

 

두번째 책은! 마이클 홀랜드가 쓰고 필립 조르다노가 그린 <우리 집을 정글로> 입니다. 이 책도 2024 볼로냐 라가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이에요. 표지를 가득 채운 식물과 고양이, 숨어있는 다른 동물들이 무척 귀엽습니다.

그림 작가 필립 조르다노는 지칠 줄 모르고 세계를 누비는 여행가라고 하는데요, 제가 꿈꾸던 삶이라 작가소개를 한참 읽었답니다.

 

 

 

 

 

 

 

 

 

 

목차를 보면 동화책인지 백과사전인지 헷갈릴 수 있어요. 식물을 기르는 법과 각종 식물의 특징이 화려한 색채의 그림과 함께 나열되어 있습니다.

 

 

 

 

 

 

 

 

 

 

 

 

디자인적인 텍스쳐가 돋보입니다. 단순화된 선과 색채임에도 특징을 정확히 잡아 무슨 식물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었어요. 요즘 핫한 식물들이 많이 나와서 더 자세히 보았습니다. 고대역사에 등장하는 식물들 편도 흥미로웠고요.

 

 

 

 

 

 

 

 

 

그림으로 보니 벌레들도 무척 귀엽습니다. 농약 사용에 관한 설명이 없어서 더 좋았어요! 벌레를 반드시 박멸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라고 지칭한 것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19세기 식물화가인 메리앤 노스는 홀로 여행하면서 지구 반대편의 식물들을 영국에 소개했다고 합니다. 그 중 식충식물 "네펜테스 노르티아나"는 그녀가 보루네오 섬에서 발견해 그녀의 성을 붙였다고 하는데요. 그로로의 네펜코리아 님이 갑자기 생각났답니다. 네펜님도 언젠가 보르네오 섬에 직접 가시는 거 아닐지!

 

 

 

 

 

 

 

 

마지막으로 세번째 책은 엘렌느 에리가 쓰고 유키코 노리다케가 그린 <우리, 함께 걸을까?> 입니다.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는 오르탕스 부인은 오로지 꽃들만 생각하며 삽니다. 언제나 같은 길로, 홀로 산책을 하던 그녀는 어느 날 자신을 따라걷는 강아지를 발견하지요. 

 

 

 

 

 

 

 

 

그녀를 따라 걷는 강아지를 보고 주변의 다른 강아지들이 부러움의 눈길을 보냅니다.

 

언제나 꽃만을 보면서 걷던 오르탕스 부인은 시선을 돌려 다른 강아지들도 보게 되어요.

 

그렇게 산책 친구가 하나 둘씩 늘어갑니다.

 

 

 

 

 

 

 

 

그녀만의 화원에서 친구들과, 꽃들과 춤을 추는 그녀의 모습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 아니 지금부터 저렇게 살고 싶다 이런 생각이 끓어오르기 시작합니다.

 

 

 

 

 

 

 

오르탕스 부인은 친구들을 위한 꽃다발도 만들었어요. 하나둘씩 늘어난 친구들이 그녀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거든요!묘하게 강아지의 생김새와 꽃다발이 비슷한 뉘앙스를 풍겨 웃음을 자아냅니다. 

 

 

이번 주말 숲에서, 식물에게서, 강아지들에게서, 존재와 존재간의 연결성 안에서 위안을 얻는 세권의 동화책들을 천천히 음미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컴퓨터를 하는 저를 두부가 계속 쳐다보네요. 저도 산책을 나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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