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로팟 : 떡잎을 넘어 어른잎이 돋았어요!
새우24. 05. 14 · 읽음 91

 

부실한 식물등 밑에서 올라온 녀석들

나의 적환무들은 흙에 심은지 열흘이 조금 지나서야 흙 속에서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적환무는 '20일 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성장속도가 빠르다고 해서 귀리처럼 흙 밖으로 돌진이라도 하듯 매섭게 자라날 줄 알았는데, 나의 아이들은 숙제를 잘 해오는 모범생처럼 성실하게 자라주고 있었다.

이 때 내리쬐는 햇빛이 겨울처럼 약하지도,  여름 빛처럼 따갑지도 않았던 것인지 보들보들한 바람을 맞으며 떡잎을 피워내는 무들은 좁은 화분에서 저마다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 

 

 

 

아니 출석률이 장난이 아니잖아

내 평화로운 적환무밭에 하나의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무들이 너무 잘 크고 있다는 것이었다.

좁은 흙에서 몇몇은 자연탈락할 줄 알았던 내 예상과는 다르게 적환무들은 무서운 기세로 자라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적환무들은 짝꿍을 옆에 두고 높이 자라고 있었기 때문에 웃자람을 방지하기 위해 몇몇은 뽑아주기로 했다.

내 첫 작물... 내 첫 베란다 농사... 가슴아픈 일이지만 튼튼하고 빨간 알을 만들기 위해서는 눈물겨운 희생을 감수해야할 터였다. 

 

 

 

내 가슴에 묻은 녀석들

어떤 싹을 골라내야할지 고르다가 줄기가 얇고 키가 큰 놈들을 선택했다. 아직 새싹이라지만 높이 자라는 것에 특화된 녀석들은 키만 큰 멀대로 자랄 확률이 높다는게 나의 추측이다. 본격적으로 싹이 난지 고작 열흘이 지났을 뿐인데 뿌리가 생각보다 깊이 파고들어버려서 젓가락으로 살살 구멍을 내고 뽑았다. 짝꿍처럼 붙어있는 녀석들 중에는 가끔 뿌리가 얽혀있는 경우가 있으니 항상 조심해서 뽑아야 한다. 

 

 

 

순식간에 커버린 무들

그로부터 무려 2주가 더 지났다. 적환무의 갑작스런 폭풍성장에 놀라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다.

과습이 걱정되어 물을 매일 주진 않았지만 잎이 처지거나 마르는 낌새가 있는지, 겉흙이 얼마나 말랐는지 보고 물은 항상 흠뻑 준다. 물을 어중간하게 조금 줘버리면 뿌리 전체에 물이 닿지 않거나 겉흙만 젖어서 물이 충분하다는 착각을 할 수 있으니 물을 줄 때에는 물이 아래의 배수구멍으로 흘러 화분 전체를 통과한다는 느낌으로 적신다.

부드러운 수압으로 잎에는 최대한 물이 닿지않게 주는게 포인트다. 잎사귀에 물방울이 맺힌 채로 햇빛을 보게되면 투과현상때문에 잎이 화상을 입는 경우가 있다. 물을 주고 뿌리가 드러날정도로 흙이 꺼졌다면 흙을 다시 보충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한껏 파릇해진 녀석들이지만 아직 완전한 적환무라고 볼 수는 없다. 꽤 커진 어른 잎들이 자신도 제법 적환무라며 으름장을 놓는 것 같지만 내 눈에는 어른이라고 주장하는 7살 아이처럼 보인다. 아직 유아 티를 벗지 못한 녀석들이 청소년이 되기 위해 겪어야하는 관문이 있다. 

 

 

 

아디오스 떡잎어린이여러분

어른 잎의 사이즈도 어느정도 커졌겠다 떡잎들을 가위로 제거했다. 떡잎을 제거해주면 본잎에 양분이 가기 쉬워져 성장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본잎이 아주 작은 경우 떡잎이 되려 양분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떡잎을 너무 일찍 자르면 식물이 죽을 수 있다. 

이렇게 나의 적환무는 청소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싹이 흙을 뚫고 얼굴을 보여준지 3주정도가 흘렀는데 플라스틱 커피컵에 키우는 적환무 삼형제는 좁은 화분 때문에 성장속도가 너무 느려서 아직 본잎을 내지 못했다.

늦게 자라면 뭐 어떤가, 생물은 저마다의 성장 속도가 있기 마련이다.

오늘도 자신의 속도에 맞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적환무에게 에너지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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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평짜리 공간에서 가드닝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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