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는 뻐꾹 하고 울었다
릴랴24. 05. 19 · 읽음 70

다른 세상에 온 거 같네.

 

동화 속에서나 울릴 거 같은 새소리가 난다.

 

뻐꾹뻐꾹 우는소리에 이끌려 걷다 보니 저렇게 우는 걸 보니 뻐꾸기겠거니 했다.

 

잔디는 폭신폭신하고 햇빛은 잘 들어서 나뭇잎이 명암이 잘 보였고 나뭇잎이 산들산들 잘게 흔들리더니 솨아 하고 바람 소리가 났다. 

 

그림을 그리고 있자 고양이가 계단을 따라 내려왔다. 그래서 사진도 찍었더니 조용히 다가와서 다리에 몸을 비볐다. 한번 쓰다듬어주니 야옹 다시 쓰다듬으니 야옹. 꽤 앙칼지게 우는데 사랑 좀 받는 고양이겠다 싶었다. 고양이의 통통한 몸에서 생각을 굳혔다. 

 

 

내게 다가왔던 귀여운 고양이에게 간단한 작별 인사를 하고 호수에 다가갔다. 호수 가운데 돌에 앉아서 분수에서 솟구치는 물과 흔들리는 수면 그리고 색색의 잉어들을 아이패드에 빠르게 그려 넣었다. 빠르게 잘 그려진 게 꽤 마음에 들었다.

 

 

그림을 마치고 장미를 보러 해운대 수목원에 찾아갔다. 의도치 않게 면양도 가까이서 보고 풀 뜯어 먹는 걸 바로 코앞에서 직관하면서 조심스레 머리를 슬쩍 쓰다듬었다. 이날은 신기하게 동물을 쓰다듬을 기회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좋았다. 생각보다 털이 부드럽지는 않은데 새로운 동물을 만져보는 텁텁한 감촉에 생각지도 못한 감동이 밀려왔다. 이래서 애니멀 테라피 하는가 보다. 눈도 신기하게 생겼다. 나무에 부리를 열심히 때리고 있는 타조도 보고 당나귀도 가던 길에 우연히 보게 됐는데 너무 좋았다. 

 


곧 그곳을 지나가는데 팔랑 팔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잎이 동그랗고 옹글라든 나뭇잎이 서로 부딪히며 퍼덕거렸다. 자주 못 보던 특이한 모양새의 나무들도 많았고 진한 보라색의 라벤더와 각양각색의 장미꽃들이 잘 조성되어 있어 사진을 정신없이 찍느라 바빴다.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아이들도 많이 왔고 사진 찍으러 멋지게 차려입은 것 같은 친구들끼리 온 분들과 커플들이나 가족끼리 온 사람들도 많아서 북적댔다. 장미가 아직 완전히 다 핀 건 아니라서 다음 주에 또 오겠다는 말소리가 멀리서 또렷하게 들렸다. 아마 다음 주에 오면 더 장미가 활짝 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다음 주에 또 갈까? 막 정해진 건 아니지만 이번에 간다면 셀카봉도 하나 챙기면서 나풀거리는 원피스도 입든가 하고 화장도 좀 해도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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