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가장 어린 날인 오늘
릴랴24. 05. 20 · 읽음 48

글을 쓰는 일에 대한 가치관이 변해감을 느낀다. 책은 참 좋은 거구나, 원래도 안다고 여겼는데 다시금 강하게 상기시키게 된다.

 

 

셰릴 스트레이드는 머릿속 상념을 물이라 보고 가볍게 종이 위에 떨어뜨리는 거라고 했다. 완벽하게 쓰거나 잘 써야 하는 건 사실 없었다. 완벽한 허상이지 않았을까. 

 

 

 

중국의 학자인 증국번이 자녀들에게 편지로 썼던 내용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젊었을 때 문장이 좀 틀리거나 못 썼다고 부끄러울 거 없어서 미친 듯이 진취적으로 덤벼들라고 그 나이대에 시도해 보지 못하면 그 뒤로는 영영 가망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과거에는 사람들의 수명이 짧았다. 나이 들어서 뭔가를 많이 시도하기에 시대적으로 제약이 많았으리라 본다. 그러나 지금은 수명도 길어지고 인식도 많이 변하고 있으니 젊어서 가감 없이 여러 가지 시도하는 것에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하고 나이가 들어서는 남은 수명이 끝날 때까지도 계속 끊임없이 시도해 봐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오래전에 구석에 깊숙이 놔둔 보석함에서 거울을 하나 발견했는데 영어로 된 글귀가 하나 적혀있었다. 

 

 

 

Today, the youngest day of my life.

 

내 인생의 가장 어린 날인 오늘.

 

 

시간이 아주 많이 흘러서 우리가 죽을 때가 돼서 지금 이 시점을 보면 너무 어렸다고 저 때도 젊고 이뻤다고 회상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가 학생 때를 돌이켜보고 정말 아기였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실수를 많이 해봐도 괜찮은 거겠지.

 

 

 

완벽해질 때까지 채운다는 건 끝이 없고 결국은 본인이나 누군가가 이 정도면 됐다. 적당하다, 고 판단 내린 시점에 마침표를 찍는 일이었다면 완벽은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에 목숨을 거느니 나는 내가 하는 일에 재밌게 자유롭게 설렁설렁 편하게 가더라도 진심을 다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갈 수 있는 쪽에 걸고 싶다. 복잡하고 지루하게 많은 걸 하겠다고 계획하기보다 영감이 살아 숨 쉴 수 있게 생각을 말랑말랑하게 한 바퀴든 수천 번이든 돌릴 수 있는 형태로 가볍길 바란다. 그래도 하나도 안 지칠 만큼의 흥미를 가지고 가고 싶었다. 그게 내가 바라는 형태였다. 그렇게 채워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려면 나는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하나? 이 말이 내가 항상 마음속에 넣어두고 있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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