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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국제 정원 박람회, 내 마음의 순위
꽃사슴24. 05. 22 · 읽음 240

본 전시가 오늘까지 열린 서울 국제 정원 박람회에 다녀 왔어요. 에세이스트 유유님의 글을 읽고 벼르고 있었는데 오늘 마지막 날이라 다녀왔습니다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저는 정원 해설을 듣고 싶어 신청하고 작가 정원을 둘러 봤어요. 서울시에서 모집하여 여러 나라에서 조경사, 건축사들 약 100 여 디자인이 참여했다는데 상을 받은 7편이 뚝섬 한강 공원 정원에 조성이 되어 있었습니다. 올해는 외국 작품들이 많아서 특이했고 금상, 은상 순위도 있었습니다.

 

금상은 한국 작품인 '기억과의 동행'입니다.

 

 네모난 땅에 홀을 길게 파서 금속판으로 막고 금속판 사이 땅에 식물을 심었는데 움푹 파인 금속판이 머리 속 고랑이고 흙이 있는 곳에 핀 꽃과 돌들이 기억의 파편들이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보이기는 했습니다. 

 

은상을 받은 중국 작품'생물학적 자기 구성형 정원 (Biological Self-Organizing Garden)'을 보았는데 특이했습니다.

 

저 대나무 구조물이 바이러스 세포 모양이고 거기에 붙은 실타래가 세포와 세포의 연결망이라고 하더라구요.  작가들이 중국 저장성 안지 출신인데 그곳 대나무를 가져와 구조물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세포라고 하니 좀 떨떠름하기는 하지만 중앙 구조물이 커서 인기가 많았습니다. 대나무 세포 가운데 사람들이 돌아가며 앉아 기념 사진을 찍어 저는 못 찍었어요.  핫 플레이스였습니다. 

 

다른 중국 작품도 있었어요. 'Section Garden' 이라고 정원의 옆면을 잘라 옆으로 뿌리의 단면을 보여주는 형식이었어요. 

 

뿌리의 단면은 잘 안 보이고 땅속 곤충들을 볼 수 있는 면이 있는데 그게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땅 밑으로 작은 시소를 만들어 아이들이 타고 가다가 투명 유리 옆면으로 곤충들을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놨어요. 해설하시는 작가님이 이 정원에 쓴 식물들은 우리 나라 작가들이 주로 쓰는 식물들과는 다르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이 정원에 심어진 식물들이 못 보던 것이기는 했어요. 작가들이 중국에서 가져 왔다고 합니다. 

 

한국 작가들 작품들이 좋았습니다. 초청 작품인 '앉는 의자'라는 정원입니다.

 

 나지막한 경사면이 난 조각 정원들 사이로 여러 형태의 의자들이 군데 군데 놓여 있습니다. 한강을 바라 보는 의자, 혼자 앉는 의자, 여럿이 같이 앉는 의자, 마주 보고 앉는 의자, 정원을 바라보는 의자 등이 있었어요. 실제 의자에 많은 분들이 각자 다른 방향, 다른 형태로 앉아 있었고 그 사이 조각 정원이 놓여 있어 편안한 분위기였습니다.

 

명상 정원도 있었어요. 태국 작가가 만든 '심심해지다 / 명상하다/ 고마워하다'라는 정원입니다. 

 

 부식되는 철로 벽을 둥그랗게 만들고 그 안에 의자를 놓아 사람들이 바깥으로부터 차단당한 채 내면의 세계에 침잠할 수 있도록 정원을 조성하였다고 해요. 또한 정원 안에는 명상하는 사람들의 주의를 흩어 버리지 않도록 화려한 꽃은 없고 심심한 잡초같은 관목들을 심었다고 합니다. 저 벽이 외부 소음을 좀 차단해주기는 하드라구요. 그런데 안쪽 낮은 키의 관목이 한국 날씨에 적응 못해서 조금 실패한 느낌이었습니다. 

 

기업이 조성한 정원도 있었는데 현대 물산이 조성한  'I Park Garden'은 유리 온실형이었어요.

 

 

온실 안에 핀 보라색 꽃이 아기자기 했습니다. 

 

삼성 물산도 구조물과 꽃밭을 거대하게 조성했어요. 'Ever + Scape'입니다.

 


구조물 위로 올라가니 한강 바람이 불어 시원했어요. 뒷쪽 정원은 알리움이 많이 펴서 몽환적이었습니다.

 

학생 정원도 소소하게 많았어요. 

 

 

 '내 마음의 매력 정원'이라는 학생 정원에 EMTjin 님이 만든 곤충 호텔이 보여 찰칵했아요.

 

저 호텔에 곤충들이 와서 교미해서 번성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너무 귀엽더라구요. 

 

 아! GS 편의점 컵라면 끓이기 기계 뒤쪽 정원이에요. 에세이스트 유유님이 만들었다고 한 글을 봤어요

 

 오늘은 치킨집으로 운영이 되던데 여기가 맞는지 모르겠어요. 

 

마지막으로 오늘 제 마음에 쏙 들어온 정원을 소개합니다.  이창엽, 이진 작가님의 '회복의 시간'입니다. 

 

유연하게 굽이진 정원과 그 사이 오솔길, 그리고 정원을 둘러싼 나뭇잎 사이로 저녁 햇살이 비껴지면서 이 곳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습니다. 흐르는 정원 사이에 난 작은 오솔길을 사람들이 천천히 걸으며 마음의 상처가 아물기를 바란다고 작가가 말했습니다. 오솔길을 걸으니 마음이 평화로워졌습니다.

 

여기 정원들을 보며 정영선 조경사의 정원들이 떠올랐습니다. 지식이 많지는 않지만 여기 정원들은 설계자가 좀 인위적으로 머릿 속에서 생각해서 식물들을 조형한 것 같습니다. 정영선 조경사의 정원들을 내 머리 속 아이디어를 식물들로 조형한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최대한 아름답게 살리는 방식인 것 같은대요. 그래도 '회복 정원'이 제 기준으로는 가장 사람들을 생각하는 디자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 건너에서는 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초록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렸습니다.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강바람을 맞으면 정원에 좀 더 앉아 있었을 텐데요.  

 

서울 국제 정원 박람회의 상설 전시는 10월 8일까지 한다고 합니다. 조경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가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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