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각나지 않는다.
나는 예민하고 기질이 강해서 어디를 가도 괴짜취급을 받는다. 엄마는 본인이 어쩌다가 나처럼 특이한 애를 낳아서 고생하는지를 늘 한탄하셨고, 대학원 시절에는 후배들이 "선배는 숨만 쉬어도 튄다고요! 그니까 구석에 좀 숨어계셔요!" 라고 비명을 질렀다.
주변에 사람은 적은 편은 아닌데, 다 짧게 짧게 흘러간다. 사실 잘 기억도 못한다. 붕어빵처럼 내눈엔 다 비슷비슷해 보여서 구분도 잘 못하는 편이다. 이름도 거의 기억하지 않는다.
다들 놀라지만 결혼을 하긴 했다. 일년에 한번을 안 싸우고 둘이서 대화도 엄청 해서 주변에서 부러워 하는데, 좋아하는 사람 이라고 타이틀을 붙이기엔 따끈함이 부족해.
나는 언제나 사람을 대하는데 따끈함에 부족하다. 목표지향적이고 엄격하고, 결정적으로 사람간 거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직도 1도 모르겠다. 내 입장에선 그냥 다들 잠깐 있다 떠나갈 붕어빵 들이다. 붕어빵은 언제나 식는다.
그로로에서 준 주제 중 가장 힘든 주제다. 무려 20일 넘게 고민했음. 하지만 여전히 난 좋아하는 사람 자리가 비어있다. 뭐, 이정도 반복이면 내가 문제인거 같은데 고양이나 기르고 풀이나 길러야지. 소설 보면 늘 마을마다 하나씩 있자나? 외딴곳에 혼자 살면서 풀이나 기르고 동물하고 사는 할머니.
이번 생은 그걸 즐기는걸로. 사회생활 다 때려치고 밭이나 가꾸니까 정말 좋다. 근데 주변에서 경력 단절 되면 아깝다고 난리네... 흠~~~
화분만들다가
식집사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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