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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부작을 아시나요?
덩쿨숲24. 05. 27 · 읽음 156

 이런 저런 사색을 하다보면, 뇌의 열이 느껴질 때가 옵니다. 저는 주로 인터넷 쇼핑을 할 때 그래요. 

사려던 물건의 가격과 성능, 디자인을 비교하다보면 몇시간이 지나도 결정하지 못한채 노트북만 바라보는 제가 밉고, 이 사소한 물건때문에 낭비한 에너지와 시간을 아까워하며 눈물이 날 때도 있어요. 디지털 세계에 적응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키오스크에도 곧 환멸이 날 것 같은 저는 그러기를 포기하고 산으로 들어가고 싶을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때 전 주로 풀을 만지는 듯 해요. 분갈이나 관리하지 못했던 아이들을 커팅하고, 다시 심어주면서 위로를 받아요. 안방을 제 방처럼 가득 채우고 있는 셀수 없이 많은 식물들이 한그루도 아프지 않고 잘 자라는 것은 어쩌면 슬픈 일이기도 하네요. 제가 자주 만져야만 한다는 것이니까요.

 

N부작이란?

 

식물을 자연적 또는 인위적으로 돌이나 나무에 붙여 재배하는 방법입니다. 주로 장식용으로 활용되며, 특히 난초와 같은 식물을 아름답게 기르기 위해 자연을 흉내내어 만듭니다.

 

박쥐란 같은 경우 목부작을 많이 하는데요, 이쯤에서 자랑을 하자면 제 박쥐란 첫 목부작이었습니다. 

 



 두어달만에 자란 크기입니다. 누가 심었는지 참 잘 자랐지요?

나무의 선택도 중요하다곤 하지만, 저는 친구가 가구를 만들다 남은 재료를 선물받아 만들었기에 방수도 짱짱하고 좋았습니다. 

 이 이후로는 모든 나무 판떼기가 부작용으로 보입니다. ;;

 

 제 두번째 목부작입니다.

 

구도를 먼저 잡아줍니다. 원을 그린 선이 보이시나요? 보이는 것 처럼 수태에 박쥐란을 심은 후엔 낚싯줄 같은걸로 부작판에 고정을 시켜야 하는데요, 고정 시킬 나사의 위치를 위해 먼저 그어 놓은 선입니다. 

 

 

나사를 고정시켰다면, 박쥐란이 들어갈만한 크기를 중앙에 파놓은 상태로 수태를 올려둡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수태를 아끼지 않는 것...! 낚시줄로 짱짱하게 고정하기 위해서는 압력이 필요합니다.

수태가 적으면 물을 줄때 수태가 흘러내릴 수 있답니다.

 

 

그런 다음, 미리 심어둔 박쥐란을 올려두고, 빙빙 돌려 줄을 감으면 끝입니다. 예쁘죠?

제 목부작 2탄이었습니다. 

 


지금은 요때보다 더 잘 자라있어요. 주인인 제가 디지털 세계에 적응한다면 이놈들도 성장을 멈추게 될까요?

말도 안되는 논법이지만,

이 말이 참이라면 저는 계속 힘들었으면 좋겠네요. 

잘 자라야 하니까요.

 
이놈은 과정이 없는 사진 뿐이지만, 나무에 박쥐란이 아닌 시멘트(직접제작. 이틀 걸림)에 부처손과 일엽초를 식재해 봤어요. 수태위에 서리이끼를 감싸 초록초록하니 더 아름다운 듯 해요. 

나무가 물론 더 좋겠지만, 뿌리에 직접 닿지 않게 감싸준다면 괜찮지 않을까 하여 실험 겸으로 만들어 보았어요.

너무 예쁘죠? 

 

 

 

이젠 점점 아이들을 둘 자리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초록에 집착하는 제가 어떨 때는 사랑스럽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내 몸 누울 공간도 없을때까진 기를건가봐요.

 

여기 계신 분들도 저처럼 흙을 만지며 뭉쳐있던 스트레스들을 풀어가겠죠? 혹은 만지는 행위 자체가 아닌,  자라는 녀석들을 보며 나아지기도 할테구요. 저는 방안에 늘 퍼져있는 흙냄새에 취하는 것도 좋아해요.

 

저는 가끔 친구가 이들밖에 없어 이야깃거리가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여러분의 힐링포인트가 궁금해요.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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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쿨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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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굴식물과 관엽을 기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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