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주는 오묘한 신비는 보아도 질리지가 않는다. 백일홍은 꽃밭에서 한아름 가득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꽃밭 속에서 금잔화 모습은 화려고 탐스럽게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쨍함은 퀸이라고 불릴 만큼 눈이 부셨다.
보고만 있어도 탐스럽고 아름다웠던 그 모습은 시들어 버릴 땐 목련처럼 추레했다. 그 겉모양이 깨끗하지 못하고 생기를 잃은 모습은 언제 너를 사랑했노라 고백했던가 말을 거둬가고 싶을 지경이다. 여왕님 여왕님 너무 아름다워요 속삭였던 입술은 언제 가위로 자를까 읊조리는 차갑게 식어버린 연인이 되었다. 잘라줘야겠다 생각은 해뒀지만 그간 정으로 섣부르게 자를 수 없어 마음에서 흐릿하게 잊혔다.
며칠이 지나 추레했던 꽃에서 꼬물꼬물 고개가 조금씩 올라온다. 시들어 버린 꽃받침옆 뭔가 구겨진듯한 모습이 유난하게 꽃이 지는구나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다시 찬찬히 눈길이 머물러 금잔화가 말을 걸어온다. 잠깐만 그냥 봐줄래. 그냥 조금더 스쳐 지나가 달라는 소리가 들린다. 어쩌면 마음에 소리였을지도 모른다. 활짝 핀 꽃 옆에 다 끝나버린 시든 꽃이 전부가 아니야 조금 더 봐줄래 뭔가 더 할 수도 있어 말을 건넸다. 아마도 마이리틀가든 콘테스트 중이라 싹둑 매정하게 잘라버리기 싫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든 금잔화는 꽃받침옆 구겨진 아이가 머리를 들고 다시 여왕처럼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갓 태어난 새 처럼 축축한 깃털에서 보송한 털로 변하듯 하나씩 펴지는 모습이 신기했다. 마지막까지 존재감은 너로구나 엄지 척 날려 주었다.
화려하게 피어난 금잔화 그 아름다움에 눈을 뗄 수 없다. 전보다 작지만 마치 황금빛 왕관이 머리에 올려진 거 같아 기분이 좋다. 거 봐요 아직은 끝난 게 아닙니다. 잘 기다렸어요. 아마도 좋은 소식이 올 거라고 나에게 윙크를 날려준다. 삶이 금방 시들어 버리면 재미가 없잖아요. 팍팍한 일상에 나에게 위로와 기다리면 신비로운 일이 생길 거라는 희망을 보여줬다. 고유한 나의 정원이 묵묵히 말을 건낸다.
소로소로
작가 부캐가 마음에 들어서 푹 빠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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