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주살이 4년차 리피초입니다. :)
저는 산책을 참 좋아합니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
산책을 통해 큰 위로를 받고 그 시기를 지나갔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연이
말없이 건내는 위로가 참 좋았어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땐, 점심시간에 밥을 빨리 먹고 회사 근처 공원을 산책했고-
따릉이로 출퇴근하며 스트레스를 풀었습니다.
(왕복 2시간 정도였어요.)
너무 화가 나는 날, 퇴근길에 분노의 페달질을 하며
온몸이 흠뻑 젖어 집에 오면
뭔가 후련한 기분이 들었어요.
퇴근길에 보는 하늘을 참 좋아했습니다.
매일 매일 바뀌는 풍경과 주변의 자연을 관찰하는 것이 재미있었지요.
아름다운 하늘을 보는 날엔 꼭 선물을 받은 것 같았어요.
산책을 하다보니 산책을 재미있게 하는 나름의 노하우가 생겨서 몇 가지 나눠보려 합니다! :)
1. 안 가본 길을 가본다. 예상치 못한 곳이 주는 즐거움-
저는 사실 익숙한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조금은 안전지향주의이지요.
게다가 방향치이기도 하구요..ㅎㅎ
그래서 아는 길로만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데- 제 남편은 저와 완전 다른 성향입니다.
모르는 길은 꼭 가봐야만 하는 사람이지요.ㅎㅎㅎ 탐험가 기질이 넘치는 인물입니다.
연애시절 함께 산책할때면 제가 가던 익숙한 산책길을 걷더라도 자꾸 안가본 길로 가더라구요.
처음엔 왜 저러나 싶고 길 잃는게 싫었는데 몇 번 그렇게 가다보니 우리만의 아지트, 산책길을 개척하게 되었어요.
그런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니 목적지는 같아도 여러 가지 루트가 생겨 산책하는 재미가 생겼습니다.
산책길이 아닌 골목으로 들어가면 그 동네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더라구요. :)
이 동네 초등학교 앞엔 아직 문방구가 있는지,
가장 오래된 가게는 어떤 가게인지,
이 동네 물가는 어떤지..ㅎㅎ 등등
구경하다보면 시간이 훌쩍 가고,
운동도 많이 하게 되더라구요!
아래 사진은 며칠 전, 옆 동네를 산책하다 발견한
초등학교 앞 바른손 문방구 입니다!
오래된 문방구 간판이 너무 반가웠었어요.ㅎㅎ
2. 자주 가는 산책길에 있는 나무 중에 나만의 나무를 지정한다.
저는 산책을 하면서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것을 좋아합니다.
공원이나 가로수 길 등을 걷다 보면 항상 보는 나무나 식물들이 있는데요-
그 식물 중 하나를 지정해서 산책할때마다 관찰해봅니다.
저는 풀이나 꽃보단 나무를 지정하는 편인데
그 이유는 풀이나 꽃은 죽기도 하고
금방 폈다 지기도 하는데
나무는 오랜시간 관찰하기 좋기 때문이예요.
내가 애정을 주는 나무가 정해지면 산책할 때마다
그 나무의 변화를 관찰해봅니다.
새순이 돋고, 푸른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잎이 물들고, 낙엽이 떨어지는 나무를 관찰하는 것은 생각보다 꽤 재밌답니다.ㅎㅎ 덕분에 계절을 더욱 풍성히 느낄 수 있어요.
나무 외에도 주변에 있는 식물들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도 좋습니다.
식물마다 잎이 나는 방법, 모양 등이 다 다른데 그 차이를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어요!
아래는 오다 가다 자주 봤던 식물인데 잎이 깻잎이랑 비슷해서 어떤 식물인지 너무 궁금했었어요.
어느 날, 꽃이 활짝 핀 것을 보고 검색해보니 이 식물의 이름은 '광대 수염'이었습니다.
나름 예쁜 꽃인데 광대수염이라니!!!!! 좀 너무한 이름 같지만 아예 동의가 안되는 이름은 아닌.............ㅎㅎㅎ
제주에 오고 나서는 산책길에 자주 만나는 말이 생겼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제 친구 동네말을 볼 수 있습니다.)
혼자 내적친밀감이 생겨서 아무도 없을 땐 '안녕 잘 지냈어?'하고 인사도 합니다.
(혹시 누가 볼까 두렵긴 합니다.ㅋㅋㅋ)
3. 많이 걷고 싶다면 집순이도 나가서 걷게 만드는 '피크민 블룸'을 한다.
ㅎㅎㅎ갑자기 급...게임 얘기를..... 하게 됐네요?
근데 정말 요즘 저를 매일 나가서 걷게 만드는 마성의 게임이라 추천합니다.
(집에서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스마트 폰을 들고 산책을 해야지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너무 재밌어서 주변 지인들에게 널리널리 전파중이예요.......
식물, 꽃을 좋아하는 분- 귀여운 걸 수집하기 좋아하는 분이라면 분명 좋아할 게임입니다.ㅎㅎ
제가 듣기론 이 게임이 모두가 너무 집콕하던 코로나 시절에 사람들을 밖에서 걷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는데..사실인지는 모르겠어요.
저는 식물카페에서 뒤늦게 알게 된 후로 2달 전부터 하기 시작했는데요,
걸으면서 집 주변에, 동네에 꽃을 심으며 미션을 수행하는 게임이랍니다. (GPS기반)
미션은 인프라가 집중된 곳에서 하기가 더 쉽습니다.
제 친구가 이 게임을 하더니
"삭막한 도시인들에게 초록을 맛보게 해주려고 이 게임을 만들었나봐"라고 하더군요.ㅎ
실제로 도시에서 이 게임을 하는게 더 유리하고, 저같이 시골에 사는 사람들에겐 꽤 애먹이는 게임입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그 어떤 미션도 할 수 없는 저희동네와 그 옆에 가게가 많은 지역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매달 미션 꽃이 바뀌가 때문에 저절로 꽃 이름도 많이 외울 수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한 번 해보세요.ㅎㅎㅎ
밖에 나가서 걸어야지만 할 수 있는 게임이라
집에서는 게임을 전혀 안 해도 되니
크게 중독되진 않는거 같아요.
게임을 시작한 후 제 걸음의 변화가 보이시나요?😂
언제부터인가 집이 좋아져서 산책 나가려면
큰 맘을 먹어야 했었는데 요즘엔 매일 같이 나가서
산책을 합니다.
운동도 하고, 동기부여도 되고,
사이버 세상에서 꽃도 심고,
나가서 자연도 느낄 수 있는 소소하게 하기
재밌는 게임 같아요.ㅎㅎ
요즘 날씨가 너무너무 좋네요.
너무 덥지도 않고, 저녁에는 서늘하고-
오늘 모두 즐겁게 산책해보세요~! ^^
리피초
자연이 좋아 제주에 살며 작은 텃밭과 정원을 가꾸고 있어요🌱 제로웨이스트와 자급자족 삶이 로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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