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말을 조금 많이 해본다
릴랴24. 06. 07 · 읽음 73

솔직하게 어두운 부분을 들춰내서 말을 뱉어내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마음을 글로 적어내려가는 것조차도 검은 안개 같은 기운이 스멀스멀 내 몸에서 타고 흘러나와 나를 잠식하는 것도 같고.

 


자유와 솔직한 건 정말 하늘에 떠다니는 거 같아 두근거리지만 동시에 확 빠른 속도로 바닥에 내리꽂히며 고공낙하할 거 같아 무섭다.

 


이 두 감정을 같이 느끼고 있다. 처음에는 조금 피했다. 수동적으로 조금씩 드러내기도 하고. 아무래도 글을 적고 있으니까 나라는 사람이 점점 드러난다.

 


다른 사람이 읽기에는 오락가락하는 것처럼도 보이겠지만 사실 내가 보기에는 깨끗한 흰 천을 덮고 보여 주도 괜찮을 거 같은 부분만 그나마 부서져도 복구가 될 거 같은 부분만 살짝 내밀어서 보였다가 천이 펄럭일 때마다 검은 재가 조금씩 날리기 시작한 거였다. 나도 감당이 잘 안되는 부분들이 가루라 손으로 최선을 다해 무마를 하고 다시 쓸어 담아 가져갔지만 그게 보인 것처럼 보인다.

 


사실문제는 천이 점점 닳아서 없어지면서 알 수 없는 게 나오기 시작했다. 천이 조금씩 타들어가던 게 완전히 없어지면 나는 정말 가감 없어질 거 같다.

 


온전한 나로 살아갈 수 있을까, 했다. 

 

 

(위에 링크를 누르시면 제가 쓴 또 다른 글들이 나옵니다~궁금하신 분은 오세요~)

 

 

 

나는 그 검은 재가 나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나를 지켜주었던 흰 천도 사라지고 남은 재를 잘 받아서 보관하고 검은 물체도 내가 오롯이 받아들이고 털어내고 닦아서 잘 보관한다면 이제 내 모습이 정말 드러날 거 같다.

 


흰 천도 나고 검은 물체도 나지만 나의 부분이고 일부다. 완전한 나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아닌 것도 아니었다. 상당히 많이 묻어있는 것 같고 하나같이 덮어씐 형태들을 하고 있지만 부정할 것까지도 없겠다. 내가 만들어낸 형태의 나 자신, 내가 쌓아 올렸던 내 상념과 감정들. 그런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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