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ro, 벌레와 함께 춤을
이야기하는늑대24. 06. 16 · 읽음 128

1. 뙤약볕

그로로에서 제공해 준 작은 화분에 키우던 적환무를 원래 바라던 대로 한 달 정도 전에 화단으로 옮겨 심었다. 옮겨 심을 때도 살짝 걱정은 됐다. 옮겨 심고자 하는 자리가 뙤약볕을 직사광선을 있는 그대로 받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볕을 잘 받으니 좋긴 좋을 거 같은데 너무 뜨겁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뜨거워 죽을 거 같은 여름으로 접어드는 시점이라 하루라도 물을 주지 않으면 말라죽을 거 같은 걱정으로 매일 물을 열심히 주고 있다. 뭐 사실 옮겨 심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물을 주고 있긴 했다.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물을 흠뻑 줘도 다음 날이면 바짝 말라 있는 흙을 보면 물을 안 주고 싶어도 안 줄 수가 없다.(강렬한 햇빛에 의해 네모필라는 말라 죽...)        

 

2. 잡초

식물을 키우면서 한 가지 명확하게 목도할 수 있는 점은 바로 식물의 대단하고도 위대한 생명력이다. 정말 너무너무 신기하다. 그 작은 씨앗에서 싹이 줄기가 잎이 그리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걸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일 수 있지만 신기한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키우는 식물의 생명력은 잡초의 생명력에 비하면 우스울 정도다. 아 하하하하하하하, 그야말로 정말 대단하면서 질긴 생명력을 보여 준다. 이건 뭐 뽑고 뽑아도 계속 자라난다. 군가 중에 ‘밟아도 뿌리 뻗는~’이라는 가사가 있는 노래가 있는데 말 그대로 밟아도 뽑아도 계속 자라난다. 잡초 니가 최고!        

 

 

3. 벌레

처음엔 인지를 잘 못 했는데 어느 날 돌아보니 잎에 구멍이 숭숭숭, 구멍이 난 걸 넘어서서 잎 자체가 온전한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죄다 뜯긴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그냥 그랬다. 아니 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정확히는 하기 귀찮았다고 해야 되나? 이전에 실내에서 몇 번 식물을 키웠을 때 벌레로 걱정을 해 본 적은 없다. 식물을 잘 키워서 그런 것보다는 식물을 키운 경험이 적어 운 좋게 벌레 먹은 적이 없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해서 다른 분들의 벌레에 대한 고민과 관련한 글을 봐도 그냥 그랬다. 화단으로 적환무를 옮겨 심을 때도 벌레에 대한 고민은 일도 없었다. 그런데 웬걸 이렇게 처참하게 뜯겨 먹혔을 줄이야... 한 편으론 아하~ 유기농!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약을 치지 않은 벌레도 먹고 우리도 먹고사는 상생相生의 적환무, 이런 이상한 광고 카피가 떠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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