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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바퀴 그리고 배추의 서울 나들이
똘똘똘24. 06. 21 · 읽음 227


바닷가 텃밭의 배추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낮 기온이 36도를 넘어가는데

작년처럼 볕에 녹아 없어질세라. 스물 포기가 심겨져 있었는데 어쩌다 보면 더 심을걸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 배추를 모두 어디로 보낼까를 생각하면 다시 골치가 찌근찌끈 아파왔다. 

 저녁이 일곱시를 넘겼는데도 훤하다. 하지가 코 앞이니 올해 중에는 제일 긴 날에 마실을 나온 셈이다. 며칠 전에 우체국을 지나면서 박스를 3개 샀었다. 110cm×30kg (?)라고  표기가 가능한 넘들을 트렁크에 가득 싣고 다니다가 오늘 드디어 작정을 한것이다. 가을 배추는 추워서 밑둥안에 벌레들이 기성이더니 여름은 다른지라 먼저 살펴보니벌레는 없었다. 큰 검은 봉지에 2개씩 담고 나니 벌써 가득하다. 로메인 청상추도, 적상추도 따로 담고  네 뿌리로 텃밭을 빛내 준 비트도 담았다.

소포를 받는 이 친구는 작년에 여기를 같이 와서는 비트를 너무 좋아 한다고 했었다. 4천원 짜리 종자를 사다가 마구 뿌렸는데 4포기만 살아 남았다. 그래도 몇 달을 같이 있어준 비트가 마실을 나서는 동기가 되어 주었다.

열무도 한 단 뽑았고 가시 오이도 작지만 한개 넣었다. 호박은 씨알이 아직 이른것 같다. 늦게 심었지만 노란 꽃이라도 주렁주렁 달고 있으니 허뭇하다.

 저녁에는 식사를 마치고 음식물쓰레기를 들고 슬그머니 아파트 문을 나섰다. 며칠째 냉장고에 있는 채소를 비우라고 성화중이라 먼저 매를 맞을 필요가 없었다. 호주머니에 불룩하게 매직펜과 스카치 테이프를 들고 나가서는 차에 불을 켜고 주소를 적고 테이프로 감았다. 며칠전 점심시간에 우체국 앱으로 배달요청은 해놓았었다. 

110cm×110cm 2개를 포개서 9층 아파트로 다시 옮겨야 한다. 지나가는 아주머니가 아파트 입구 문을 열어주지도 않고 쌩하니 가신다. 검은 모자를 쓴 반바지 아저씨가 힘쓰는 모습이 험악해 보일 수 밖에 없었으리라.

 

다음날이 되었고 택배를 수거하러 간다는 문자가 왔다. 

 잘가라 배추,상추,열무야! 고마웠다.

덕분에 봄이 즐거웠고 여름이 보람이 되는것 같다. 남은 깻잎과 고추도 곧 보내 줄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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