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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를 꿈꾸는 당신에게-
리피초24. 07. 10 · 읽음 197

안녕하세요-

제주살이 4년차 리피초입니다. :)

'제주살이' 한 번쯤 생각해 보셨나요? 서울에서 직장인이었던 저에겐 듣기만 해도 설레이는 말이었습니다. 오늘은 저의 제주살이에 대해 조금 얘기해볼까 해요. 

 

저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여름휴가로 온 제주에 반했었고, 1년 정도 제주 이주를 계획하고 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제주에 오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자연'때문이었어요.

 

직장생활로 너무 힘이 들고 숨이 막혀올때면 자주 공원에 가서 숨을 쉬곤 했었습니다. 탁 트인 하늘 보는 것을 좋아했었는데 서울에서는 빌딩숲에 갇혀 한강에 가서야만 그나마 넓은 하늘을 볼 수 있었죠. 열심히 회사생활을 하던 어느 날, 문득 계절이 바뀐지도 모르고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날이 밝으면 출근을 하고, 해가 지면 퇴근을 하며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도 못하고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순간 '내가 뭘 위해 이렇게 살고 있는걸까? 아... 시간의 흐름을 천천히 느끼면서 살고 싶다!'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때쯤 여름휴가로 떠난 제주는 정말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적막함도 좋았고, 새 지저귀는 소리도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나는 제주에 살거야!' 

사실 익숙한 환경을 떠나서 낯선 곳으로 간다는게 쉬운 결심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스스로를 쇠뇌(?)시키기 시작했어요. 막연하게 가고싶다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그래야만 갈 것 같았거든요. 

 

1년 동안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제주에 가서 살거야"라고 소문을 내고 다녔습니다.ㅎㅎㅎ 그러니 제 마음이 익숙한 곳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들 즈음에도 자꾸 주변에서 "제주에 언제 가~?"라고 물어보더군요.ㅎㅎ 일단 그동안 조금씩 모았던 돈이랑 1년 동안 안쓰고 아껴서 제주에서 일을 안 하고도 3개월 정도 살 수 있는 돈을 마련했습니다. 직종을 따지지 않는다면 3개월 안에 뭘 하든 일은 구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감귤 알바라도 할 생각이었지요.ㅎㅎ 하지만 막상 와보니 감귤 알바도 아무나 쓰지 않는다는 사실...ㅎㅎ경력직을 찾더군요.😂)

 

그렇게 퇴사일을 마음 속에 정해 놓고, 퇴사를 했습니다. 2달 정도 쉬기도 하고, 창업 관련 교육도 들으러 다니고 제주도 지원사업도 알아보고, 작은 중고차를 하나 구입해서 열심히 운전 연습도 했습니다. 다행히 저는 제주에 가기 전에 온라인 면접을 보고 일을 구해서 제주에 입도하고 2주 후에 출근을 하게 되었지요.

 

*제주가 생활비와 임대료는 서울과 비슷하거나 더 비싼 경우도 있는데 임금은 많이 낮은 편입니다. 제주에서 저의 월급은 제 경력에 비해 서울보다 훨씬 적게 받았지만 그래도 제주에 살 수 있다는 것으로 만족했어요.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면 제주에 오지 않았을테니까요.ㅎㅎ

 

제가 원했던 것은 소박하더라도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삶이었습니다. 경제적인 안정보다는 정서적인 안정이 필요했었습니다. 물론 이 둘은 완전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긴 하지만요.  

 

그렇게 제주에 와서 자연을 마음껏 느끼며 살게 되었습니다. 쉬는 날엔 항상 숲, 오름, 바다를 찾아갔어요. 걷거나 가만히 자연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초록 안에 머물며 가만히 앉아 있으니 머릿속에 있었던 시끄러운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어요. 그리곤 내가 뭘 정말 좋아하는지, 어떤 삶을 살기 원하는지 생각했습니다. 

제주라고 해서 좋은 점만 있진 않겠지요. 

제주에 살면서 느꼈던 어려움들을 몇 가지만 얘기해보자면- 

첫째는 일자리 문제입니다. 아무래도 도시보단 일자리가 많이 부족하고, 월급도 적습니다. 일자리는 보통 시내에 몰려있어요. 시골살이를 꿈꾸며 온다면 당연히 인프라가 부족한 곳에 살 가능성이 높고, 가까운 곳에서 일자리를 찾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자영업자의 경우도 살아남기가 만만치 않지요. 관광객을 주고객으로 할지, 도민을 주고객으로 할지 잘 고민해야 합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만만치 않은 곳입니다. 

 

둘째는 병원을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단 제주에는 전문의가 많지 않습니다. 보통 정밀검사를 할 때는 제주대병원을 가지만 아무래도 육지에 비해서 의료시설이나 전문의가 부족하지요. 큰 병이 걸리거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보통 육지에 있는 큰 병원으로 갑니다. 제주 시내가 아니면 이비인후과, 내과, 정형외과, 소아과, 치과 등 전문 병원을 가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사는 애월만 하더라도 '의원'만 있을 뿐 많이 아플 땐 40-50분 운전해서 제주 시내에 있는 병원으로 가야 합니다. 

 

셋째로 육지에 비해 접근성, 편리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일단 가장 큰 것은 택배 문제이지요. 배송료 7000원은 기본이라 물건값보다 택배값이 더 나가는 상황도 있습니다.ㅎㅎ 제주배송 불가인 곳도 있구요. 육지에 살 때는 몰랐는데 제주에 살아보니 백화점의 소중함이 느껴지더라구요. 제주에는 백화점이 없습니다. 그래서 다이소나 이마트를 이용할 일이 많지요. 하지만 이 또한 집에서 차를 타고 나가야만 갈 수 있습니다. 제주시내에 살면 배달이 되는 곳이 많지만 제가 사는 곳은 중산간 쪽이라 음식 배달 되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된다고 해도 배달료 7000원.... 배달시켜 먹지 안(못)한지 2년이 되어가네요. (근데 익숙해지니 그 또한 살만합니다. 일회용 쓰레기도 훨씬 덜 나와서 좋기도 하구요.) 

 

넷째로 물가가 비쌉니다. 제주는 농수산물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육지에서 배를 타고 물건이 오기 때문에 물류비가 붙어 대부분 육지보다 비쌉니다. 유류비, 가스비(도시가스는 제주 시내만 있고 대부분은 LPG), 식료품 등 모두 비쌉니다. 그리고 피부과나 치과 같은 경우도 육지에 비해 가격경쟁을 하지 않아 더 비싸더라구요.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제주에서 사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자연의 일부임을 느끼며 초록에게 가까이 살고 싶은 마음이 크고, 조금 불편해도 제주의 삶이 편리하고 풍족했던 육지의 삶보다 만족스럽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살 때,  회사 생활에 지칠대로 지쳐있었던 시절- 회사 옥상에서 토마토와 바질을 키우며 마음의 위안을 얻었습니다.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변화하는 식물을 보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식물을 키우다보니 '진짜 관심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배우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식물을 키웠을 때, 화원에서 물을 일주일에 두 번 줘야한다고 해서 식물의 상태나 날씨 등을 고려하지 않고 꼬박꼬박 물을 주다가 과습으로 식물을 보냈습니다.  식물을 잘 키우려면 식물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이 식물이 습한 환경을 좋아하는지, 건조한 환경을 좋아하는지- 햇빛은 어느 정도 드는 곳에 두어야 하는지 등 기본 지식을 알고 있어야 식물을 오래 곁에 둘 수 있더라구요. 그리고 지속적으로 바라보며 식물의 상태를 체크해야 합니다. 진짜 관심은 대상에 대해 알고자 노력하는 것이고, 내가 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상대가 필요한 것을 생각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물을 키우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모든 생명체가 작동하고 성장하는 매커니즘은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사람도 식물도 닮아 있는 점이 많습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서 그런게 아닐까요.ㅎㅎ 식물에게 이상 증세가 보인다는건 하루 아침의 문제가 아니라 꽤 오랜시간 필요한 것이 결핍되었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몸이나 마음이 아픈 것이 겉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은 꽤 오랫동안 필요한 어떠한 부분이 결핍되었기 때문이지요. 저는 식물을 돌보기 시작하면서 나에게 '진짜 관심'을 갖게 되었고, 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식물을 통해서 '나를 돌봄'에 대해서 배우게 되었습니다.

 

제주에 오기 전에 저에게 필요한 것은 '쉼'이었습니다. 무엇을 더 성취하고, 배우는 것보다 쉬는 것이 저에겐 필요했었습니다. 그 당시, 몸이 조금씩 고장나기 시작했었거든요. 목 디스크, 역류성 식도염, 잦은 두통, 소화불량 등 다양한 신체 반응들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퇴사 후, 몇 개월의 쉼을 얻고 제주에서 다시 취업을 하긴 했지만 제주에서의 직장생활은 서울과 비교했을 때 스트레스나 업무 강도가 낮았었고, 쉬는 날엔 제주 자연에서 충분히 쉼을 얻었습니다. (물론 그만큼 경제적인 것은 줄었지만 서울에서 소비하는 것의 반 이상 줄이며 살고 있습니다. 외식이나 문화생활, 쇼핑 비용 등)

쉬는 날에 집 안의 화분들을 돌보고, 정원과 텃밭에서 식물들을 키우며 초록에서 놉니다. 자연의 변화를 보며 시간의 흐름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저에게 식물을 키운다는 것은 나를 돌보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너무 바빠서 식물을 돌보지 못할 땐, 내가 지금 뭐 때문에 이렇게 분주한지 잠시 멈춰 생각해 보기도 하고, 식물이 성장하는 것을 보며 위로도 얻고 용기도 얻습니다. 식물을 키우며 선택과 집중에 대해서도 배웁니다.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잔가지들은 잘라주고, 아깝지만 꽃도 따주어야 합니다. 아깝다고 그냥 놔두면 잎만 무성하고 열매를 잘 맺지 못하게 되지요. 

 

식물을 키우는 건 때론 힘들때도 있지만 참 즐겁고, 행복한 일 입니다. 그래서 자꾸 주변에 추천하게 되는 것 같아요.ㅎㅎ혼자 식물을 키웠으면 좀 심심했을텐데 그로로에서 식물 좋아하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할 수 있어 너무 즐겁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D

제주에 사는 것은 참 좋습니다. 하지만 불편한 것도 있고 포기하고 내려 놓아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뭐든 선택이란건 그렇지만요- 제주살이를 꿈꾼다면 제주에 살면서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포기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아도 좋을 것 같아요.  

궁금하신 제주 이야기가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 

조금씩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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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좋아 제주에 살며 작은 텃밭과 정원을 가꾸고 있어요🌱 제로웨이스트와 자급자족 삶이 로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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