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골드, '반드시 올 행복'
메리골드의 꽃말은 '반드시 올 행복'이다. 그렇다면 행복이란 무엇일까? 최근 나는 나태주 시인과 이영문의 책, '시가 내 마음에 들어오면'을 읽었다. 이 책의 마지막 파트에서 작가는 독자에게 행복에 대해 묻는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일상의 소소한 기쁨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일까? 행복한 순간들이 쌓여 행복한 삶이 되는 걸까? 무언가를 이루었을 때 느끼는 감정일까? 마음이 벅차오르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약간의 긴장과 기대가 섞인 이 설렘이 바로 행복일까? 작가는 이렇게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한번 생각해보자.우리 각자가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일까?
직구 메리골드 씨앗 , 파종하다
사실, 메리골드는 노랑과 주황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직구한 다양한 메리골드 씨앗을 나눔받게 되었다. 나눔 받은 씨앗을 '나만의 씨앗 키트'에 파종했다. 비슷한 색감의 플레임과 마리에타 프렌치를 양옆에 배치하고, 가운데에는 노란 느낌이 나는 레몬 시그넷, 집시 선샤인, 룰루 시그넷, 하베스트 문을 심었다. 꽃의 초장과 색상을 고려해 심었는데, 키우면서 내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조사한 키보다 훨씬 더 자랐고, 제각각으로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가위질을 해서 수형을 잡아보려고 했지만 원하는 모양이 나오지 았아 결국 자연 그대로의 아이들을 감상하기로 했다.
올해 5월, 틔운오브제에 먼저 메리골드 씨앗을 파종했다. 사진상으로 보면 모두 순조롭게 잘 자라는것 처럼 보인다. 파종 25일차의 메리골드는 모두 발아하였다. 이때까지는 몰랐다. 내가 씨앗을 잘 구분해서 넣었는데(혹은 씨앗이 잘못 포장되어 있었던 걸까?) 꽃 이름과 꽃이 매칭이 안되는 일이 발생했다. 그래서 꽃을 틔운 다음에야 이것이 무슨 꽃인지 매칭해야만 했다. 요즘 꽃과 꽃이름을 매칭중이다
내가 꿈꾸던 수형은 크고 작은 꽃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며 몽글몽글 화사하게 피어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초록 잎 사이로 수줍게 얼굴을 내민 몇 송이의 꽃 정도랄까? 여전히 작고 여린 모습이지만, 꽃을 키우며 느끼는 것은 꽃 안에 '숨겨진 잠재력'이 있다는걸 느낀달까? 틔운미니/오브제를 통해 식물을 키우면서 새롭게 생긴 습관 중 하나는 매일 아침과 저녁에 식물들을 관찰하는 것이다. 어제보다 조금 더 활짝 핀 꽃들과 식물들에게 속으로 중얼중얼 인사를 건네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서 속으로 말을 건넨다. '매일매일이 리즈구나, 참 이쁘다' 라고 말이다.
사실 너무 놀랐다.
키큰 메리골드라, 이뻐보이지 않았다
틔운미니를 통해 처음 꽃을 키운것이 메리골드 였다. 그 당시에는 LG 씨앗키트를 구매했기 때문에 틔운미니에 알맞은 키로 성장했고 정말 이뻤다. 그 후로 다시 키운 메리골드가 이번에 파종한 메리골드들이다. 분명 키가 더 작은 아이들은 앞에 배치하고, 키가 큰 아이들은 뒤로 배치했는데 우후죽순 마음대로 자라니 이뻐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였을까? 성장과정의 사진이 드물다. 꽃이 개화하기 시작한 51일째, 비로소 메리골드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51일 만에 꽃을 피운 것은 가운데 심었던 '마리에타 프렌치'였다. 처음 마리에타 프렌치가 개화했을 때, 마음에 크게 와 닿지 않았지만, 매일 바라보니 마음속에 잔잔하게 매력이 스며들었다고 해야 할까? 소박한 매력은 시간이 지나면서 깊어졌다. 어쩌면 이렇게 피어나는 꽃을 보며, 언젠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을 떠올리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하)
그런데, 플레임 메리골드가 활짝 피면서 갑자기 메리골드에 온전히 마음이 쏠렸다. 메리골드를 키우면서 이렇게 꽃잎을 하나하나 자세히 관찰하긴 처음이었다. 가운데화심 부분에는 밝은 노랑이 주름지어 있고, 바깥부분으로 갈 수록 짙은 붉은색에서 주황빗 나는 꽃잎이 겹겹히 둘러져있다.
언제 활짝 펴서 단체 (전체) 샷을 찍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모든 종류의 꽃들이 활짝피길 기다리면서..
솎아낸 녀석도 이뻐
틔운미니에서 식물을 키우다 보면 솎아내는 과정에서 살아있는 생명체를 정리하는 것이 약간 찔린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이런 아이들을 아주 작은 화분에 옮겨 심는다. 0.5호 사각 화분에 메리골드 하나를 옮겨 심었고, 꽃을 피울 때까지 어떤 종류인지 몰랐다. 꽃이 피고 나서야 집시 선샤인 메리골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틔운미니 속에 담겨진 메리골드도 너무 예쁘지만, 이렇게 작은 화분에 담긴 메리골드도 오브제 처럼 우리집에 조화롭게 어울렸고 예뻤다.
팁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작은 화분에서 식물을 키울 때는 물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영양제를 챙겨주는 것이 하다. 나의 경우에는 '개화촉진제'를 사용했다. 꽃봉오리가 생길 때까지는 물만 주다가, 꽃봉오리가 작게 생긴 후부터는 '개화촉진제'를 물 1리터에 1그램씩 희석해서 관주했다. 그래서였을까? 틔운미니에서 키울 때보다 화분에서 키운 메리골드가 키가 작게 자라서 더 마음에 들었다.
모든 과정이 행복이지
이쁜 메리골드를 어떻게 더 이쁘게 보여줄까 싶어 인스타그램용으로 한 번 명함을 만들어 보았다. (어때요? 이쁘죠?)처음엔 제작을 맡길까 했다가 생각보다 비싼 비용에 이정도는 내가 만들지 싶어 만들었다.
메리골드 뿐만 아니라 식물을 키우면서 매일 가꾸고 돌보는 작은 일상이 행복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한다. 꽃을 심고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고, 꽃이 피는 순간을 기다리면서 느끼는 일상속 작은 행복이 나를(우리를) 힘나게 한다. 메리골드 꽃말처럼 행복은 언젠가 반드시 우리에게 다가온다.
다시, 위에 언급했던 책을 말하고 싶다. '시가 내 마음에 들어오면'이라는 책 마지막 파트에 행복은 아이스크림 이다라는 문구가 있다. 나는 사실 이 문구를 보면서 이 장에 한참을 머물렀다. 이 비유가 주는 메시지가 참 와닿았달까. '오늘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내일도 느끼지 못한다. 나중에 먹기 위해 아껴 둔다면 모두 녹아버릴 것이다.' 이 말이 나의 뇌를 때리는 듯했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아이스크림'을 녹여버렸을까? 미래의 더 큰 행복을 위해 현재의 작은 행복들을 미루고 있진 않았나? '그러니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 굶는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말라'는 말을 한참을 곱씹었달까?. 나는 항상 '나중에', '좀 더 준비되면', '이 일만 끝나면' 하며 행복을 미뤄왔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미룬 행복이 결국 녹아버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 책은 오늘부터 행복을 느끼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작은 행복들을 눈여겨보고 느껴야겠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녹아버리기 전에 즐겨야 할 '아이스크림'이란 걸 새삼 느낀다. 행복은 먼 미래가 아닌 오늘 지금 이 순간에서 시작되니까-
진봄
【봄달, 틔운에 진심인 식집사, 봄달정원을 꿈꾸다】 https://groro.co.kr/community/view/1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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