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마다 서울 중구에 있는 교회로 온 가족이 예배를 드리러 간다. 서울의 끝인 강동구에 거주중인 우리 가족이 서울 중심부로 일주일에 한번, 정기적으로 이동하는 날이기도 하다.
집에 돌아가는 길, 남편이 오랜만에 청계천을 들렀다가자고 하여 잠시 걷기로 했다. 습습한 장마의 기운을 담은 날씨가 썩 쾌적하지는 않았으나 청계천 다리 위 붉게 핀 나리꽃을 보고 이내 반가움에 미소가 지어졌다.
보통 참나리는 숲 어귀나 학교 정원에서만 보았지 길가에 식재하는 화단에는 잘 보지 못해서 그런지 청계천에서 오랜만에 만난 나리꽃은 더 반가웠다.
강렬한 컬러에 나팔처럼 뒤집어진 잎사귀들이 동적인 참나리는, 생김새처럼 여름을 닮아서인지 7~8월에만 꽃이 핀단다. 웹 색상용 이름은 타이거 릴리. 우리나라에서 호랑이꽃으로도 불렸다. 붉은 색에 호랑이처럼 검은 반점이 나 있어서 호랑이와 닮아서겠지? 이름 참 잘 지었다.
(참고로 내가 나리꽃을 구경한 구간은 관수교와 수표교 위의 도로가에 식재된 참나리들)
본격적으로 청계천을 걸어보자.
주말 오후 4시쯤이라 한산한 이 곳은 걷기에 얼마나 좋은가. 좌측의 물길을 따라 곧게 난 길을 걷다보면 지루할 틈이 없게 돌다리들이 나타난다.
굳이 건널 일이 없어도 돌다리가 나타나면 한번쯤 건너보고 싶은 마음이 인지상정.
가다보면 신기한 비둘기의 행렬들도 볼 수 있다.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비둘기들은 길에서 숱하게 보았으나, 청계천에서 쪼르르 서서 물을 마시는 비둘기는 또 처음 보았다.
그래. 이리 더운 날엔 저녀석들도 목이 마르겠지-
서울의 젖줄을 한강이라 부르지 않는가.
청계천은 서울의 실핏줄이다.
우리는 실핏줄이 다쳐도 아픔을 느끼고, 불편을 느낀다. 한 때는 판자촌으로, 상인들의 많은 애환이 담긴 힘든 생의 터전으로, 도시개발과 더불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청계천이었으나(나는 정치적인 견해를 논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현재는 빌딩 숲 사이 많은 이들의 쉼터가 되어주는 곳이 되었다.
오래도록 서울의 깨끗한 실핏줄로서 명맥을 이어주련- 잔잔하지만 쉬지않는 맥박처럼 흐르는 도심속의 무기체이자 유기체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여름을 닮은 붉은 참나리를 오랜만에 봐서일까, 기대없이 들른 청계천의 산책이 꽤 즐거웠던 까닭일까,
나의 발걸음과 시선은 쉬이 이 곳을 떠나기가 아쉬워서 물 속에 퐁당 두 발을 담근 두 아저씨들에게 오래 머물며 여름의 낭만을 대리만족 하고 있었다.
모린
초보 텃밭러, 식집사를 꿈꾸는 식린이, 종종 그림도 그리고, 두 아들과 함께 자라고 있는 모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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