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에 만난 고사리 친구입니다. 그 때만 해도 매일 물주기와 건조가 오지 않게 맞는 케이스를 찾아서 넣어줬습니다. 그 때만 해도 연두연두 잎들이 있었습니다. 연두색을 띤 잎들이 있기에 밖은 추워도 실내는 따뜻하니 싹을 보여줄꺼란 희망을 당연한 기대를 했었습니다. 부작이어서 빛을 보기가 힘들까봐 일부러 식물등을 쪼여 주기도 했습니다.
매일같이 이 친구에게 해주던 것들을 바깥세상의 초록들이 막 활동을 시작할 때와 더불어 하나씩 못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못해주기 시작했다는건 변명이기도 합니다. 기다렸는데 새싹이 저를 만나러 와주지 않으니 맨 처음에는 화가 났습니다. 어쩜 이럴 수가 있어!
하고 말이죠. 사실 새싹이 저와 언제 만나겠다고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제 일방적인 기다림에 제풀에 제가 지친거였습니다. 그 다음부터 이 친구를 외면했습니다.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지도 않고. 그렇게 지금 여름까지 왔습니다.
한여름인 지금은 초록이들은 밖에서 더위와 장마에 버티는 시기입니다. 초록이들을 가꾸고 키우고 배우는 저는 지금이 약간은 쉬어가는 시기입니다. 작업을 해도 오전일찍 짧게 하고 마칩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생기다 보니 그간 바쁘다고 물주기만 겨우한게 미안해서 제 초록이들 하나하나를 살펴봅니다. 잎이 얼만큼 자랐는지 무름은 없는지 말이죠. 그러다가 이 친구 옆을 어쩌다 지나게 되었습니다. 우앗! 정말 이렇게 소리질렀습니다. 제 손가락만큼이나 큰 새순이 달려 있었습니다. 제가 이 친구를 기다려준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이 친구가 저를 기다려 줬던 겁니다. 그것도 나 보란듯이. 사흘에 한 번은 더위를 먹고 있어서 지쳐있는 와중에 이 친구의 초록싹을 보니 그 지침들이 눈에 녹듯이 사라졌습니다. 미안했던 마음을 담아 과습은 오지않게 물주고 눈길 주고 반가워 고마워라고 옆에서 주문을 외우듯이 중얼거려 봅니다.
킹콩가든스
식물원의 가드너심화과정 및 시민정원사 과정을 교육중에 있습니다. 정원 활동중이며 책상위 작은 미니 정원을 가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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