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은 ROZY ‘바다가자’입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tnHop6WSIk8
이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여름을 좋아한다.
더위는 힘겨워하면서 자연이 주는 짙푸름과 생명력에 감탄하고 만다. 바다도 좋아한다. 몇 해 전부터 바다 수영의 매력에 빠져 여름엔 동해를 찾곤 했다.
남편과 함께 동해로 떠나는 일정은 부담스럽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이 장거리 운전까지 도맡아 하는 일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번엔 가까운 서해로 가자! 안면도 어때? 먹을 곳도 많고!!”
남편이 좋아하는 해물찌개, 꽃게 찌게, 해물라면으로 미끼를 던진다. 봄부터 힘든 고개들을 넘어온 나에게 서해 바다행을 선물해 놓았다. 남편이 함께 흥이 났으면 하지만 그것까진 욕심.
“그땐 바빠서, 토 일 일정으로 가자.”
핸드폰 카렌더를 보고 갸우뚱해가며 결국 6월 토, 일로 예약을 잡았다. 그런데 즉흥 여행의 함정. 날씨 체크가 늦었다. 예약일이 아버지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고, 서해에 비가 왕창 온다는 예보를 뒤늦게 본 것이다.
“사장님, 죄송한데 저희 일정을 7월 초로 미룰 수 있을까요?”
예약 전날 걱정하며 문자를 보냈다.
“네! 7월 초로 예약 옮겨 드리겠습니다!”
안면도 펜션 예약이 7월로 변경되었다.
“비가 오면 비오는 데로 운치가 있지!”
남편이 말했다. 그러나 비가 오면 수영을 못하기 때문에 여름 여행에 날씨는 결정적인 변수이다. 축복이도 함께하는 여행. 세 가족 완전체이다.
안면도로 향하는 길. 도심을 벗어나, 왕성한 에너지를 내뿜는 나무로 뒤덮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 산림청에 전화한 적이 있다. 호기심 천국인 나는 산림청에 지역마다 자라는 나무 종류가 다른 건지 문의했었다.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나무는 소나무, 참나무라고 한다. 각 지역의 자연환경에 적응되어, 수종이 개발되었을 거라고.
어떤 수종은 햇볕이 덜나는 곳에서 또 어떤 수종은 바람이 세찬 지역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지역마다 산새와 푸름이 각기 다르다.
지난 3주간 매일 한 뼘씩 안면도로 이끈 짧은 여행길을 나서니, 가슴이 뛴다.
몸 상태가 최상은 아니었지만, 초록 배경 안에서 새로운 에너지가 돋아나는 걸 느꼈다.
예전에 맛집이나 카페를 잘 찾았는데, 인터넷 정보홍수 속에 신뢰할 만한 정보를 찾기 힘들다. 남편과 함께 의논해서 두 포털 사이트에서 동시에 좋은 평점을 받은 식당을 찾았다. 덥고 습해서 조금 더 걸었다가는 불쾌지수 폭발 지경이었다.
식성이 다른 우리 부부. 이번엔 남편이 양보했다. 안면도의 명물 게국지와 회를 먹기로 한 것.
엄마의 꽃게 찌개에 익숙해진 나는 금세 게국지의 진한 국물 맛에 감탄했다. 주부 생활 4년 차 이제 ‘남이 해주는 음식’이 가장 맛있다는 데 공감한다.
태안해안국립 공원에 들러 바닷가에 발을 담가본다.
하얀 갈매기가 날개를 천천히 흔들며 바다 위를 순항하고 있다. 수영은 못했지만, 바다를 본 것만으로 일상의 피로가 깨끗이 씻기는 느낌이다.
바다와 맞닿은 소나무 숲은 해풍을 맞아 튼실하다. 이곳의 소나무는 곰솔이라 불린다. 강한 바닷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그늘이 되주는 아름다운 곰솔이다.
남편은 맛집을 함께 고를 수 있는 벗. 내가 바닷물에 발 담글 때 벗어놓은 운동화를 챙겨준다.
내게 삶의 파도가 덮칠 때, 함께 버텨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다. 곰솔처럼.
베를리너
독일, 책, 여행, 강아지를 좋아합니다 새싹 키우고 있어요 🪴
댓글 22
첫 번째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