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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다녀왔더니...
가독성24. 08. 04 · 읽음 106

그로로팟 2기 때, 향기 좋은 라벤더 밭을 꿈꿨던 적이 있다. 라벤더는 생각보다 기르기 힘든 식물이었고, 초보인 나는 겨우 한 주를 가까스로 살려냈다. 요즘도 틈만 나면 라벤더 가지치기를 하면서 흙꽂이를 하고 물꽂이를 한다. 번번이 실패를 거듭하는 중이다. 

 

보라색 향기로운 꽃들이 펼쳐진 라벤더 밭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엔 씨앗을 많이 뿌려보기로 결심했다. 계란판 하나에 흙을 담고 씨앗을 뿌렸다. 라벤더는 역시나 발아가 느리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지만 새싹이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포기할 때쯤, 새싹 하나가 올라왔다. 너무나 소중한 새싹. 언제나 새싹은 신기하고 감사하다. 하나의 새싹을 시작으로 바로 올라올 줄 알았던 다른 새싹들은 소식이 없었다.(그러면 그렇지. 쉽게 가면 라벤더가 아니다.)

 

소중한 새싹 하나

 

 

하루에 계란판에 물을 두세 번씩 주고, 폭우에는 비 안 맞게 들여주고, 온갖 정성을 쏟은 것에 감동했는지 라벤더 싹은 눈에 띄게 많아졌다. 

 

그러나 7월 말 장마가 끝날 무렵 아이들 방학을 맞아 친정으로 여행을 떠나야 했다. 그늘 한편에 물을 듬뿍 주고 가면 장마철이니 괜찮겠지 싶었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새싹은 모조리 말라있었다. 아아아아아. 울고 싶었다. 뭘 이런걸 다 가져오냐며 잔소리 할 친정 엄마 걱정은 접어두고 그냥 차 트렁크에 모셔갈걸 그랬다. 우리가 출발하던 날, 비는 멈췄고, 3박 4일의 일정이었지만 폭염은 계속 됐다. 

 

희망을 버리지 않고, 하루 동안 물을 줘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화단에 곱게 흙을 뿌리고 안녕이라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다른 식물들은 찜통 같은 더위에도 굴하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매일이 사우나 속에 있는 이 더위를 함께 이겨내야 할 텐데 걱정이다. 

 

여름 더위가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 때쯤, 라벤더 씨를 왕창 뿌려볼 참이다. 수국에 이어 라벤더에도 집착 중이다. 꼭 향기로운 보라색 라벤더 밭을 만들어야지. 

 

풍성해진 백일홍 밭으로 위로 받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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