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가족과 일본, 오키나와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올케는 스노클링, 패러세일링, 바나나보트 등 수상스포츠 예약을 위해 수시로 연락했다.
“스노클링 현지 업체 예약하니까, 인당 약 2만 원이에요!”
호기심이 많고 모험을 즐기는 편이지만, 수상스포츠에 특별히 관심은 없었다.
가까운 일본행의 이유였던 부모님은 부득이 건강상의 이유로 여행을 취소했다. 난 올케를 도와 여행을 계획했다.
오키나와에 가려면 냐하 국제 공항을 이용해야 한다. 냐하 공항에 전시된 오키나와의 역사에 대해 알 수 있는 그림이다.
1879년 메이지 정부에 의해 오키나와현이 있기 전, ‘류쿠왕국’이라는 독립국이었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말기에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지상전에 휘말려 27년 동안 미군이 통치했다가, 1972년 일본에 복귀됐다. 그래서인지 관광지인 아메리칸 빌리지, 스테이크, 타투 등 미국적인 모습이 남아있다. 일본 본토 역사와는 다른 류쿠왕국. 오키나와 사람들은 스스로를 류쿠인이라 생각한다는데.
류쿠왕국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수리성이다. 수리성 입구를 지키는 오키나와를 수호한다는 사자 모양의 시사. 2차 세계대전 시 오키나와 민간인이 희생된 점, 제주의 4.3 사건 등 역사적인 트라우마가 있는 점, 기후와 본토와 떨어진 위치 등이 비슷한 제주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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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가이드의 말처럼, 자외선 지수가 높아 외부에 서너 시간 맨살로 있으면 화상을 입기도 한단다. 아열대 기후답게 야자수가 길가에 즐비했다. 특이한 것은 나무들이 뿌리를 여러 겹 내리고 있는 진기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태풍이 잦은 오키나와에서 나무들이 살아남기 위해 변형되었다고 한다. 야자수의 치열한 생존력이다.
둘째 날 아침, 오키나와 중부 푸른 동굴로 가는 길이다. 스노클링을 하기로 했다. 감기 걸린 남편은 호캉스를 누리기로. 조카들과 함께 길을 나섰다,
뜨거운 날씨에 두꺼운 스쿠버 다이빙 (웻슈트) 복장을 몸에 걸치니 이게 웬 고행인가. 투덜투덜 불만이 삐져나왔다.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들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차를 타고 5분 정도 이동했다.
“이빠이….”
일본인 강사 마쯔다는 바닷속에 물고기가 엄청 많다고 말했다. 일본어와 영어가 섞인 말로.
이때까지 내 상상력은 바닷속에 닿질 못했다. 스노클링 장비를 입에 꽉 물고 물속에 첨벙 들어갔다.
그리고 수많은 물고기와 눈맞춤. 얼핏 봐도 10m 이상 돼 보이는 바닷속까지 오색찬란한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수영하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투명한 에메랄드 바닷속을 헤엄쳤다. 저 멀리 깊은 곳은 시커멓게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물 위 어떤 소리, 공기와 차단되고 바닷속에서 인어공주처럼 오리발을 흔들며 대자연의 일부가 되어있었다.
예전에 바다 수영을 할 때는, 수시로 머리를 물 밖으로 내밀어 숨을 쉬어야 했다.
이곳에서 장비의 도움을 받아 바다와 한 몸이 되어 물고기와 교감할 수 있었다. 잘생긴 마쯔다는 연신 엄지척하며, 첫 스노클링 경험에 즐거운 기운을 더했다.
아름다운 산호들과 물고기들의 세상에 잠시 다녀온 스노클링은 감흥이 무뎌진 모든 몸의 감각을 깨웠다.
내 인생 작품을 찾았다. 이 장면을 다시 보기 위해, 살아 낼 수 있을 것 같다. 무채색이고 무감각하고, 때로는 무거운 삶의 무게를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감기로 호캉스 중이던 남편은, 집 근처 대부도에 스쿠버 다이빙 스쿨이 있다고 했다. 바닷속 세상을 묘사하는 내 눈에서 푸른색 산호를 봤을 수도 있다.
스쿠버 다이버가 된 나를 상상한다. 새로운 취미가 삶에 숨을 불어넣어 주었다.
뭐든 시작할 수 있는 나. 에너지를 얻었다. 영화 속 신비로운 우주처럼 고요가 흐르는 그곳. 활개 치는 오색찬란한 물고기들. 다시 바닷속 세계에 소풍 가는 날을 기대한다.
베를리너
독일, 책, 여행, 강아지를 좋아합니다 새싹 키우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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