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상희학교 [감나무까페]
EMTjin24. 08. 06 · 읽음 200

내고장에는 1986에 세워지고 1988년부터 경상북도교육청이 지정하여 특수교육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상희학교]가 있다. 

 

내가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시절에는 공공학교 중 하나,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어른이 되고 아이를 낳아 기르다보니 점점 해당 학교가 전문화되고 있는 모습을 주의 깊게 바라보게 되었다. 

 

경북이라는 타이틀을 가져서인지 하루가 다르게 예뻐지는 학교 모습은 엄마이자 식집사로서 부럽기만하다. 학교 앞 운동장은 잘 정돈된 잔디가 깔려있고 러닝트랙이 운동장 한바퀴를 돌리고 있어 동네 시민들도 가벼운 운동을 위해 들리곤 한다. 

 

매케한 모래먼지가 날리는 틈에도 즐겁다고 거친숨을 몰아쉬며 공차기를 해대는 내 아이의 학교 운동장도 이렇게 꾸며지면 얼마나 좋을까?

 

학교 입구을 채운 식물 식재도 헛으로 하지 않은 모습, 양 3마리 조형물이 학생들을 반긴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학생들의 직업체험관이자 동네 시민들이 사랑하는 [감나무까페] , 여기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몇 년전 부터 학교는 부지 일부를 할애해 까페를 세우고 본교 학생들에게 직업의 장으로 연결시켜 주고 있다. 

내부는 여느까페 못지않게 정갈하다. 까페에 선생님이 함께 계시면서 학생들을 지도해주시고 내부를 가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까페는 주변보다 저렴한 가격에 음료를 제공하고 텀블러할인을 통해 환경보호 보상도 해준다. 손님은 학부모뿐만 아니라 주변 공공기관 근무자, 인근 학교&학원 학생들, 이웃 어르신들까지 연령대와 직업대가 다양하게 자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유행에 민감한 하이톤의 목소리가 가득하지 않아 내 차림새에 민망해 하지 않아도 되고, 바로 앞 도서관이 있어 책을 빌려들고 커피한잔은 여기서 즐기면 된다. 

 

이곳을 즐기는 단골이 많아서 일까? 손님이 들어왔음을 알리는 종이 땡그랑~하고 울리고, 바로 아는채를 하느라 오고가는 인사 소리를 듣고 있자면 이 까페는 '지역 사랑방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곳곳에 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하나같이 솜씨가 빼어나다.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참에 건의해볼까 싶다. 

 

식집사가 보는 까페도 매력적이다. 

까페 내부에 놓여진 화분들 중 주인의 관심을 받지 못해 시들한 아기들이 없어,  학생들과 선생님들께서 얼마나 초록이들을 잘 돌보고 있는지 추측해본다. 

 

까페를 둘러싼 사방은 정원으로 조성되어 손님을 반기고 학생들을 격려하며 학교를 돋보이게 한다. 

정원을 따라 산책로가 이어져 가볍게 걸으며 초록이를 감상할 수 있다. 

학교에 까페를 세우고 정원을 가꾸자고 이끈 이는 누구였을까? 이 분은 전국 학교에서 모셔 그 이익에 대해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교육의 장소라는 고집보다 이웃의 문화공간이자 소통과 치유의 장이 될 수 있다고 증명해보이는 곳, 내 고장 작은 마을에 자랑거리이다. 

 

2030년 정도에 학교가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는 계획을 들었다. 원심도시 발전을 위한 야심찬 계획인듯 한데 이 학교가 옮겨가고 까페가 없어지면 이와 다른 화려한 까페가 들어서지 않을까 싶다. 

 

그 곳에서도 다양한 이웃들의 담소를 들을 수 있을까? 내가 애들아빠의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 갈 수 있을까? 초딩이들이 책을 들고 아이스티를 즐길 수 있을까? 어르신들이 마음 편히 입구에 들어설 수 있을까? 

 

현재 누리고 있는 편한 즐거움이 사라질까, 먼날의 일을 걱정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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