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이라는 거 당신 해보기는 해봤어?”
“누군가에게 의미 있던 사람인 적 있기나 해요?”
이 두 문장을 듣고서 이 작품은 앞으로 종영이 될 때까지 반복해서 볼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동생을 위해 몸을 날리다가 팔이 부러져 테니스 유망주였던 어린 아이는 한순간에 자기연민, 자격지심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인생을 살게 되었다.
조금만 밀면 낭떠러지에 떨어질 것 같은 이 남자를 두고 생판 남인 여자는 독설을 내뿜는다. 병원 밖으로 도망간 실험쥐를 운 나쁘게도 차로 죽여버려서..남자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여자에게는 실험쥐는 쥐 이상의 존재, 희망이었다. 하지만 이런 전후 상황을 설명해주지 않고 독설을 내뱉는 여자를 보며 유리가슴을 가진 이 남자가 버녀낼 수 있을까 걱정부터 된다.
가장 의미 있던 사람에서 냉장고보다 못한 취급을 받게 된 남자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 ‘누군가에게 의미 있던 사람인 적이 있냐?“를 기어코 연달아 내뱉는 여자 때문에 시청자인 내가 남자를 걱정하고 있다.
“지금 내가 이 쥐보다 못하다는 얘기입니까?”라고 반문하는 남자에게 여자는 물러서는 법이 없다.
한번 더 그의 마음을 헤집어버릴뿐.
“뭘 하던 당신은 자격지심에 자기연민에 빠져서 과거 기억에서 절대로 벗어나질 못할 테니까. 죽을 때까지..”
드라마 <사랑의 이해> 이후 오랜만에 가슴을 후벼 파는 드라마(나쁜 기억 지우개)를 만나게 되어 반갑다.
인생작품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당면한 고민들을 진지하게 함께 파고들어줄 것 같은 작품을 만난다는 것.
여자를 탓할 것도 아니다. 여자 역시 완벽한 인물이 아니다. 앞뒤 맥락 없이 남자에게 독설을 내뱉더라도 그녀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녀 역시 한시도 편하게 자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나쁜 기억에서 허우적거리는 남녀 둘이 만나 트라우마를 치유해가는 전개가 예상된다, 그리고 나 역시 그들의 행보를 같이하며 나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내 자신을 돌볼 기회가 올 거라 기대한다. 불면증을 치료할 유일한 기회가 될 수도.
예프
사람을 좋아하고 책,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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