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방학이라 도서관 문지방이 닳도록 오고가고 있다. 내가 학생때 이렇게 도서관을 다녔다면..좀 더 큰 사람이 되었으.....아니겠지...
애들책만 둘러보다 오늘은 식물에 관한 책들이 진열되어 있는 곳도 둘러보았다.
눈에 먼저 들어온 '잡초' 라는 제목, 텃밭 쥔장이 잡초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운갑다. 제목 보자마자 전투력이 먼저 생기는걸 보니.
이웃 어른께 '잡초 좀 어떻게 해봐!' 하는 잔소리를 들었다. 나는 드릴 말씀이 없다. 내가 배운 것들을 어른들께 이해시키려 해봤지만 등부터 돌리셨다. 난 마음도 상하고 의지도 꺽여 잡초 잔소리가 들리면 묵묵무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실, 유기농을 18년째 하고 계신 퍼미에게서 잡초관리는 필요하다라는 말을 듣고 혼란스러운 와중이다. 도대체 뭐가 정답이고? ' 잡초' 너란 녀석을 알고싶다.
'적을알고 나를알면 백전백승' 이라기에 펼쳐든 책에서는 잡초란 어떤 녀석인지, 왜 그다지도 생명력이 끈질긴건지에 대해 이야기 해주고 있었다.
책을 통해 다시금 확신이 든건, 잡초를 뽑아서 몰살하겠다는 생각은 접는게 맞다는 것이다.
영국의 한 밀밭 1m2 사이즈의 땅 속을 조사했더니 75,000개의 잡초 씨앗이 있었다고 한다.
뽑으면서 튀어나온 잡초씨앗들이 다시 생을 맛본다는 것.
그리고 끈질기고 독한 이미지의 잡초가 사실은 다른 식물들과의 경쟁에서 너무 약하기에 어떤 환경 변수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게 진화 했다는 것이다.
또하나, 잡초는 인간이 만든 인위적 공간에서만 활약한다는 것. 숲과 같은 자연에서는 다른 식물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그 씨앗을 틔우지 못하는 반면 사람들이 눈에 보기좋게 흙만 정갈하게 둔 곳에서는 경쟁 식물이 없어 그 씨앗을 틔울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금 놀란것은 제초제가 식물의 특성만 공격하도록 하게 만들어져 동물에게는 해가 없다고 설명하는데, 이 부분은 난 의아했다. 아마도 퍼머컬처 공부하면서 농약과 제초제에 대한 거부감이 심지처럼 박혔나보다.
잡초의 생태에 관한 책인데, 작가는 그들의 생존 방식에서 인간의 삶을 투영시켜 설명한 구절이 꽤 있었다.
'쓸데없는것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
'넘어졌다고 일어서지 않아도 된다'.....목표와 가치가 분명히 있다면 내 모습이 경쟁사회에서 어떻게 비춰지든 걱정할 필요가 없다라는 말로 해석된다.
가수 보아 노래의 you are the only one~ 가사가 휙~ 떠올랐다. 참 많은 곳에서 '넌 중요한 존재야!' 라고 말해주는데 정작 난 이 문구를 노래가사 이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
아니, 잘 안된다. 나 스스로를 내 자신이 귀하게 여겨주는 것, 자랄때 부터 '나는 멋지다'라고 주문을 외우는 훈련이 필요한 것 같다.
75,000개 중 하나의 잡초가 땅위에 싹을 틔울 확률보다 '나'라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 하게 되는 확률이 훨씬 더 낮다라는 것. 그렇게 쥐어진 '인생'의 기회를 우리는 살고 있다는 것. 이것 역시 인문학 강의를 통해 자주 접한 문구지만 자꾸 현실앞에 감사함보다는 미래의 행복을 탐내게 된다.
잡초, 같이 살고 싶은데 훼방꾼이라는 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쥔장이 공부을 계속 해보마. 같이 잘해보자.
EMTjin
두아이 엄마이자 퍼머컬쳐를 계승한 키친가든을 꾸미고 싶은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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