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잎이 무성해졌다. 
친정언니의 시어머니는 대구사람이다. 언니의 시어머니가 담궈주셨다는 콩잎 물김치를 맛보고 반해서 먹고 싶을때마다 텃밭을 가진 시장 분들에게 부탁해 콩잎을 공수해 담그곤 했는데 이젠 내 텃밭이 생겼고, 내 콩잎도 생겼다.
콩잎이 무성해지는 8월, 그래 맞다. 8월에 항상 담궈먹곤 했다. 그럼 수확을 좀 할까나!
잠자다 깨서 엄마가 텃밭 간걸 알아채고선 아들이 자전거를 타고 왔다. 이젠 헝아가 되서 큰 도로를 건너는 라이딩도 할 줄 아신다. 닭들이랑 조금 놀더니 엄마 곁에 와서 콩잎을 같이 따주겠다고 한다. 고맙구로~~ 근데 아들, 엉덩이가 바지 먹었네? 배부르겠다~
이제 집에가자~! 엄마는 차타고 아들 뒷모습을 쫒았다. 한손으로 풀들을 훓어 가는 모습이 영락없는 내새끼같다. 
수확한 콩잎을 씻어 채반에 두르니 양이 적어보인다. 그래도 텃밭에 항그득 있으니 맘이 전에처럼 아쉽진 않다. 
된장을 채에 걸러가며 육수를 냈다. 유난히 더운 여름이니 간은 짭짤하게 맞췄다. 애들아빠가 더운 주방에서 땀을 많이 흘리는지라 이 짭짤함이 좀 도움이 되길 바란다. 
당근, 양파, 마늘, 홍고추....고명은 집 냉장고에 있는 것들로만 준비했다. 김장이 아니고서야 간간히 담아먹는 김치에는 힘빼지 말아야지. 
콩잎한겹 깔고, 고명 한겹 올려주기를 반복
그리고, 마지막에 된장 육수를 부어 마무리지었다. 하루이틀은 밖에 두었다가 맛이 들었다 싶으면 냉장고에 넣으련다. 
텃밭을 가진 뒤 행복도 있고, 부담도 있다.
식집사생활을 제대로 해보는 농부농부 맛도 보고, 수확물도 챙기고, 꽃도 봐서 행복하지만 땅을 다스리고 수확물의 안전을 보살피는 것은 참 부담이다.
텃밭쥔장 이제 1년째니 많이 내려놔야하는데 생각만큼 되지 않아 혼자 속앓이를 할 때도 있다. 내가 좋아 벌려놓았으니 투정은 입 밖으로 내면 안된다.
콩잎물김치가 맛나게 익었을때쯤은 더워가 좀 사그라들고 텃밭 쥔장 마음도 좀 사그라들기를 바란다.
EMTjin
두아이 엄마이자 퍼머컬쳐를 계승한 키친가든을 꾸미고 싶은 욕심쟁이
댓글 6
첫 번째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