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무더위를 피해 더 무더운 태국 여행을 갈 때, 몇가지 미션이 있었지만 그 중 하나가 몬스테라 원형을 보는 것이었어요. 태국에서는 몬스테라가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막 자라는 식물이라고 합니다. 더구나 한국에서 키우는 작고 아담한 사이즈가 아니라 크고 무성한 사이즈라고. 몬스테라 씨앗을 심은 식집사로서 몬스테라의 원형을 보는 것이 또 의무 아니겠습니까? 어쨋든 방콕 공항을 나와서부터 열심히 거리를 살폈습니다.
아침에 일정을 시작하자마자 방콕의 한강인 차오프라야 강으로 갔습니다. 롱테일 나무배를 타고 왓아룬 사원과 여러 태국의 유명 궁궐을 겉핥기 식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서요. 태국식 꼬리가 긴 조각배를 타니 차오프라야 강물이 진녹색으로 넘실거렸습니다. 수량이 많더라구요.
물빛이 맑지 않은데 그건 물에 석회질이 많이 섞여 있어서라고 합니다. 그래도 태국인이 서투른 한국어로 외친 말! '물 ! 메기 반!' 메기가 진짜 많이 살고 있었어요.
그러나 멀리서 보는 '왓 아룬' 사원의 모습과 더불어 식집사의 눈에서는 물 위에 둥실둥실 꽃다발 처럼 떠다니는 부레옥잠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허름한 수상 가옥들 밑으로도 부레 옥잠이 많았습니다.
서울 한강에는 없는 수상 식물입니다. 부레 옥잠이 사는 물은 깨끗한 물이라고 합니다. 차오프라야 강물이 깨끗한 물인가 봅니다.
오후에는 바로 원래 목적지인 휴양 도시 파타야로 향했습니다. 파타야 들어가는 길목에 플로팅 마켓 즉 수상 시장에 들렀어요. 물길을 따라 수상 가옥들이 서 있고 그 안으로 상점과 식당들이 즐비했습니다. 그러나 식집사의 눈에는 역시 물 길 위에 생생하게 서 있는 센달나무 비슷한 싱싱한 나무들과 한국의 극락 조화같은 노란 꽃들이 들어왔어요.
물 길 여기저기 강건한 해군 병사처럼 서 있는 잘 생긴 나무들은 센달 나무처럼 생겼지만 센달나무는 아닌 것 같아요.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무성하게 피어 있는 노란 꽃들은 '헬리코니아'입니다. 태국에서도 네이버 스마트 렌즈가 정확하게 잡아냈어요.
헬리코니아는 열대 지방의 다년생 식물로 원래는 붉은 꽃이 많지만 여기 플로팅 마켓에서는 노란 꽃이 있었어요. 녹회색 물길을 화사하게 밝혀 줍니다.
참 태국의 물에는 석회질이 많아서 절대 수돗물을 마시면 안 된다고 합니다. 꼭 생수를 마셔야 합니다. 그래도 여기 식물들은 석회질 물에 잘 적응이 되어 건강하고 무성합니다.
파타야 시내로 들어서서 가장 놀란 것 가로수로 줄 지어 서 있는 흔하디 흔한 야자수들. 쭉쪽 빵빵 몸매에 뽀족뽀족한 머리를 얹고 그 아래로는 놀랍게도 대추 야자 열매를 주렁주렁 달았어요. 한 두 그루만 그런 게 아니라 도로 가운데길 모든 야자수들이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어요.
우리가 흔히 아는 야자수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파타야 시내 가로수 야자수들은 작은 대추처럼 열매가 매달리는 대추 야자입니다. 지금이 대추 야자 수확의 계절인가 봅니다.
'저게 얼마짜리야' 속으로 가격을 가늠하며 '기사님! 잠시 스탑!'을 외치고 버스에서 내려 야자수를 타고 싶었지만 꾹 참았습니다. 한국 중년 여성으로서 위신과 체면을 생각해서요. 파타야에서는 저런 야자수가 발에 치입니다.
태국은 불교 국가라 그런지 여기저기 작은 사원이 많아요. 거기에는 꼭 크던 작던 황금빛 석가모니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파타야 호텔 옆에도 작은 사원이 있었는데 대문 앞의 진분홍 꽃들이 참 예뻤어요.
우리 나라 진분홍 철쭉꽃처럼 생긴 이 꽃들은 '부겐벨레아'라고 합니다. 진홍색 꽃으로 보이는 부분은 사실 잎들이고 가운데에 작고 하얀 진짜 꽃이 있어요. 석가모니 신전 앞에 조화로 놓여 있는 분홍 꽃들도 부겐빌레아 조화입니다.
부겐빌레아 꽃같은 사람들도 많이 보았어요. 그날 밤 파타야에서 유명한 트랜스젠더 클럽 쇼를 보러 갔는데 그들이 꽃처럼 화려하고 예뻤습니다. 완벽한 몸매의 그들이 부겐빌레아 화관을 머리에 이고 멋진 춤을 보여줬습니다.
태국 여행 2 탄은 다음 주에 또 올릴게요. 태국의 흔한 잡초 바나나 나무를 본 얘기와 산호섬 물고기들이 나를 쫓아다닌 이야기를 해 드릴께요.
꽃사슴
20 여년간 식물이들과 함께 한 식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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