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파타야에 도착해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해수욕을 하기 위해 산호섬으로 갔어요. 섬으로 가기 위해서는 쾌속성 요트를 타야 하는데 요트 승차장이 항만 공원처럼 잘 조성되어 있더군요. 특히 하얗고 우아한 꽃이 잔뜩 핀 나무가 곳곳에 지키고 서 있었습니다.
호텔 앞에도 피어 있었는데 꽃잎에 코를 대니 향긋한 향이 납니다.
태국의 국화인 '릴리와디.' 우아한 모양과 향기 때문에 샤넬 향수에 쓰인다고 합니다.
쾌속선을 타고 산호섬 안으로 들어가니 산호 가루로 이루어진 모래 사장 앞에는 바닷물이 푸르고 맑았어요.
그런데 이 바닷물 속에 작고 이쁜 물고기들이 많이 살아요. 얘들이 나를 참 좋아하더라구요. 그곳 프로그램으로 공기 주입 헬멧을 쓰고 바닷물 속에 들어갔는데 어찌나 물고기들이 나한테 달려 드는지 100 마리랑 눈 마주쳤습니다. 노랑 바탕에 검은 줄무늬 물고기, 회색 반짝이 바탕에 노랑 줄무늬 물고기, 족제비 같이 입이 튀어나온 앙증맞은 물고기들이 내 눈 앞에서 살랑거렸습니다.
물론 내 손에는 빵조각이 들려 있었지요. 물고기 100여 마리랑 즐거운 미팅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바다를 나와 해변 앞 앝은 물에서 수영을 했는데 아까 만난 물고기 중 10여 마리가 내 눈앞에 또 나타난 거에요. 애들이 나를 쫓아 온 게 분명합니다. 손에 빵조각도 없었는데 내 눈 앞에서 살랑거리는 걸 보니 나의 수영복 미모에 반한 게 틀림없습니다. 니들도 눈이 높구나! 하하!
오후에는 수영하며 쌓인 피로도 풀며 호텔 주변에서 어슬렁거렸지요. 정원을 잘 조성해 놨는데 글쎄 구석에 축 늘어지 키 큰 풀들이 잔뜩 서 있는 거에요. '아! 태국에서는 잡초가 이렇게 키가 크구나!' 생각하면 늘어진 잎을 쓱 들췄는데 바나나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게 아니겠어요? 20여년의 주부 경력으로 보건데 딱 봐도 4만원어치는 될 것 같드라구요. 정말 입이 벌어졌어요.
호텔 맞은편 공터에도 바나나 나무들이 키 큰 잡초처럼 우겨져 있었어요. 녹색 바나나들을 주렁주렁 단채. '태국에서는 바나나 나무가 흔한 잡초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태국 사람들이 그 많은 바나나를 보고도 그냥 지나쳐 가는 거에요. 저야 한국 사람으로서 체면을 차리기 위해 바나나를 따지 않았지만 태국 사람들은 딸 만한데 말입니다.
나중에 가이드에게 태국 사람들의 습관에 대해 듣게 되었어요. 태국 사람들은 물건을 쌓아 두는 것에 대한 욕심이 없답니다. 그저 하루 먹을 정도의 물건과 돈만 있으면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으려고 한대요. 그래서 길거리나 상점에 들어가 손님이 물건을 사려는데 주인이 무심하고 퉁명스럽게 대한다면 그들은 이미 가족이 오늘 하루 먹을 만큼 벌은 거라구요. 그래서 상점에서 불친절한 태국인을 만난다면 '오늘 하루 벌이는 다 했구나!'하고 이해해 주라구요.
한국 사람들이 돈과 재화를 벌어 쌓아두며 부를 축적하느라 경쟁하는 세태와는 너무 다르죠. 그래서 태국인들은 가정 집에 냉장고도 없다고 합니다. 집에서 잘 요리해 먹지고 않는 좋은 (?) 문화도 있지만 먹을 것이 풍족하니 보관하지도 않는다고 해요. 또 식품을 상온에 보관해도 태국의 햇살은 자외선이 한국보다 7배나 강해 잘 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마 태국이 지도 위도상 적도에 더 가까워서인 듯합니다.
한국인으로서 태국을 볼 때 못 사는 나라, 잘 사는 나라로 구별짓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점들을 잘 보는 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태국에 사는 다른 한국인들도 태국인들이 좋은 점은 편안하고 행복해 한다는 점이라고 얘기하더라구요. 다만 관광지에서 만나는 태국인들은 한국인들을 많이 상대해서 '빨리! 빨리!'가 입에 붙어 있습니다. 조금 부끄러웠어요.
이날 저녁에는 파타야에서 유명한 식당 '쓰리 머메이드 (3인의 인어)'에 가서 아름다운 석양을 봤습니다.
진홍색 부겐빌리야 꽃 같았습니다.
여행기가 너무 길어져서 3탄까지 갑니다. 다음편에는 신비의 나무 반얀트리를 만난 이야기과 몬스테라를 만날 뻔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꽃사슴
20 여년간 식물이들과 함께 한 식집사
댓글 9
첫 번째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