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부터 함께한 칼큘러스 코노피튬입니다.
앙 다문 입술이 정말 귀여워 다육이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들이고 싶어지는 비주얼이죠?
Conophytum calculus
남아프리카에 자생하는 식물로, 칼큘러스는 라틴어로 조약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동형다육으로 가을겨울에 성장하고 여름에는 휴면합니다.
탈피는 1년에 1번 진행하며 5~7월 사이에 일어나요.
빛: 반양지 (직광에 적응 없이 바로 노출 될 경우 화상 위험)
물: 몸통이 쪼글거릴 때 (물 준 직후에는 과습 방지 위해 통풍 필수), 한여름에는 단수하고 시원한 반그늘로
5년생 이상부터 가을밤에 꽃을 피웁니다. 꽃이 지면 탈피가 시작되며 몸집을 키우거나 개체수가 늘어나요.
그런데 말입니다.
여름은 지나고 있는데,
별탈 없이 잘 크던 제 칼큘러스가 탈피 조짐이 보이지가 않았어요.
5월에도 얼굴이 어찌나 뽀얗던지 혹시 저 몰래 탈피를 한건가 싶었죠.
아니면 뭐든지 한 발 늦는 저를 닮아서 그런가 생각했어요.
그렇게 6월이 지나고,
7월에 들어서자,
칼큘러스는 황달에 걸린 것 마냥 누래지기 시작했습니다.
과습으로 썩는 건가, 아니면 탈피의 징조인가.
아니면 물이 부족한가?
여름에는 단수해야 한댔는데 너무 모질게 단수를 했나?
오랜만에 나간 동창모임에서 말실수를 한거 아닌가
집에 와 뒤늦게 걱정하는 사람 마냥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어요.
마음 졸이며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표피가 누런 색이 되고 한달이 되어가던 때,
몸통에 엄청난 주름이 생깁니다.
물 주고 싶은 제 두손을 강하게 묶습니다.
제가 누군가의 얼굴을 이리 골똘히 본적이 있었을까요.
한참을 바라보는데 누런 표면 아래 연둣빛 입술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탈피다 이건!
구엽을 뚫어야 하는 그의 숙명에 힘을 보태기로 합니다.
스포이드에 물을 넣고 주변에 조심히 둘러주었어요.
습한 7월에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일까 싶었지만......!!
쨔잔! 칼큘이는 이틀 후 멋지게 고개를 빼꼼 내밀어 주었지요.
너무 기특해 박수를 막 쳐주는 저를 이상하게 보는 저희 남편.
모를 겁니다. 이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핀셋이나 면봉으로 구엽을 제거 하기도 하는데
웬지 얼굴에 상처를 낼 것 같아 이제는 그에게 온전히 맡겨봅니다.
7월초: 전체 노래지며 몸통이 쭈글거림
7월말: 주변에 물 살짝 둘러서 탈피 가속화
8월: 탈피 성공!
건드리지 않았는데 상처가 남았습니다.
그래도 제눈엔 백만불짜리 입술!
선선한 가을이 오면 물 슬쩍 둘러주려고요.
매력적인 독특한 비주얼은 물론이고,
몸으로 확실하게 물이 필요할 때 알려주는 친구라 키우기 난이도가 꽤 낮답니다.
칼큘러스 코노피튬, 반려식물로 어떠신가요?
사농
사색하는 농부 사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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