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잡초 정글이 되기전까진 잡초 하나하나도 그렇게나 이뻤었다. 사과나무 아래 유독 옹기종기 많이 난 잡초 중 하나가 '쇠뜨기 풀' 이 었다. 쇠뜨기풀은 생존력이 너무 강해 관행농에서는 제초제도 잘 안듣는 골칫거리로 인식되어 있는걸로 알고있다. 검색 들어가니 눈에 띄는 정보 하나가 피부미용에 좋아 화장품 원료로도 쓰인다는 것.
쇠뜨기 풀
뭐어~피부에 좋다규?! 세안할때 같이 섞어 해보려구 수확 후 말려 가루를 내어 놓았었다. 버뜨, 비누칠 할때마다 뚜껑을 열고 가루를 붓는다는게 너~무 귀찮아 쳐박아놨었다.
쇠뜨기풀 가루
요즘들어 가내수공업에 빠진 쥔장은 텃밭 부산물을 활용할 소재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데, 이번엔 이 가루로 비누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수제비누는 베이스부터 만들어 제작하는 전통적 방식의 CP(Cold Process)비누와 비누베이스를 녹여 첨가물만 넣어주면 끝나는 MP(Melt and Pour) 방식이 있었다. 난 초보니깐 MP 당첨!
우리 비글들은 손장난하는 비누만들기 프로젝트에 콧바람이 들어갔다. 엄마는 입만 나불거릴테니, 힘은 부탁한다!
비누베이스 1kg을 사서 반을 나눠 각자에게 할당량을 주었다. 중탕으로 녹일꺼니깐 깍둑썰기로 해달라고 했더니 무 써는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주신다.
중탕한 비누베이스가 거의 녹아갈때쯤 쇠뜨기풀 한숟가락 듬뿍 넣고 휘저었다. 이 자체만으로 색이 갠츈었다. 녹차라떼? 같은 색감.
샴푸 만들었던 향이 좋아서 오일은 (시더우드, 스윗오렌지, 마조람) 같은 조합으로 넣어주고,
이쁘게 만들어보고 싶어 주문한 색깔내는 파우더는 받아보니 빤짝이였다. 어라! 이거 모공에 끼이는거 아이가? 그래도 도전!
초록색 빤짝이 투입 후 틀에 먼저 부어두고
살짝 시간간격을 두고 분홍색 반짝이 투입한 베이스를 틀에 부어 주었더니 아래 색과 섞이기 시작했다. 많이 섞이길 원하지 않는다면 아래층을 더 굳힌 뒤 윗층을 부으면 될꺼 같다.
꾸미고 싶은게 있다면 표면이 마르기 전 장식을 해야한다고 한다. 난 쇠뜨기 가루를 더 뿌려주고
미니달개비-핑크레이디 색이 비누색과 잘 어울일것 같아 쪼꼼씩 떼어 비누 표면에 올려주었다.
맥주한잔 할 동안 선풍기 돌려가며 열심히 말렸더니 3-4시간 후 틀에서 분리가 가능했다. 얼른 잘라서 써보고 싶어 안달이났다.
오~베이스가 좋아서 그런가 거품도 쫀쫀하고
향도 역시 좋다. 애들아빠가 이 비누로 샤워하고 나왔는데 살 냄새가 좋아 코를 계속 킁킁 거리게 만들었다. '오, 여보! 살냄새 좋은데?(그윽~) '
전에 만들었던 샴푸를 10살 아들래미가 지속적으로 쓰고 있다. 전엔 머리를 감고 나와도 두피에서 수컷(?)냄새가 났는데 샴푸를 바꾼 후 두피향이 좋아져 엄마도 아들도 만족 중이다.
아토피가 있거나 민감성 피부를 가진 분들이 주로 직접 만들어 쓰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나같은 철갑피부도 수제품 만족도가 좋다. 향도 향이지만 아무래도 내 손을 거쳤다는 뿌듯함이 제일 크지 않을까 싶다.
EMTjin
두아이 엄마이자 퍼머컬쳐를 계승한 키친가든을 꾸미고 싶은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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