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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식집사가 되어간다 :식물을 살린 소중한 경험
리피초24. 09. 02 · 읽음 212

최근에 마큘라타가 잎을 모두 떨구고 의기소침해져 있었습니다. (마큘라타는 아직 죽지 않고 아주 천천히 줄기에서 작은 가지? 같은게 나오고 있어요.)

 

비가 많이 오기 전 날에 물을 준 것이 문제가 되어 같은 곳에 있던 식물들이 다 과습의 문제가 생겼지요. 다육이도 잎을 후두둑 떨궈서 지금 잎꽂이 중이고, 잘 자라던 펠레아페페도 잎을 떨궈서 지금 긴급처방중입니다.

크흑 올 여름은 유난히 타죽고, 과습으로 고생하는 식물들이 많네요.

 

땅에 심어서 키우는 식물들은 바람과 햇빛, 땅이 제가 신경쓰는 걸 대신 많이 해줍니다. (물론 신경써야겠지만요.) 그래서 어느 순간 제가 식물을 꽤 잘 키운다고 착각했었어요. 사실 본격적으로 식물을 키운건 몇 년 되지 않는데 말이죠. 특히나 실내 식물들은 저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책임감이 더 크지요. 

 

내가 그렇다고 식물을 죽이기만 하는건 아니었어...!?! 

 

화분을 한 번 정리하고, 분갈이를 해주고, 응급처치를 하면서 문득 죽어가던 식물을 살린 적도 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그 대표적인 식물이 바로 '연잎 베고니아'와 '몬스테라'입니다.

 

저에게 실내 식물을 입문시킨 친구가 제주도를 떠나기 전에 같이 화원에 가서 식물을 선물해줬지요. 자주빛 뒷잎이 너무너무 예뻐서 자꾸 눈이 갔어요. (아래는 아름다웠던 그의 모습...) 

잘 키워야겠다 결심하곤 집으로 와서 새로운 화분에 흙도 갈아주고 물도 주고 했는데....집에 온지 2주일만에 잎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어요.(아..지긋지긋한 과습.ㅠㅠ) 

 

흙을 파봤는데 뿌리가 얼마 없는 것을 봤을 때의 충격이란......또르르...어떻게든 살리려고 뿌리도 말려보고, 다시 심어주기도 했지만 결국 줄기도 물러지고 떨어진 잎들만 남기고 아아.....그는 갔습니다. 

이때부터 처절한 물꽂이가 시작되었지요. 

혹시 흙에 꽂아 놓으면 더 잘 살까 싶어서 흙에도 꽂아주었습니다. 꽤 잎이 많았지만 큰 잎들은 다 시들어서 죽고, 마지막에 작은 잎 두개가 겨우 뿌리를 내려서 흙에 옮겨 심어주었어요. 어찌나 기특하고 고맙던지..ㅠㅠ 

3개월 후- 

3달이 지나도록 잎에는 큰 변화가 없다가 처음에 심었던 잎이 다 시들어서 죽을 때 즈음...!! 그 옆에 자라나는 작은 잎들이 보였습니다. 새끼 손톱보다도 작은 잎들이 어찌나 귀엽던지요. 반응이 없는 것 같은 3개월 동안 뿌리가 열심히 일하고 있었나봅니다. 처음에 심은 잎들은 다 지고 새 잎들이 조금씩 자라기 시작했어요. 

그리고....6개월 후- 

감격의 첫 분갈이를 했습니다. 아주 작은 화분에서 작은 화분으로의 이사이지만 어찌나 기쁘던지요. 다 죽어가던 식물이 다시 크기 시작할 때...정말 너무너무 기뻤어요! 과습으로 죽을뻔 했던 아이라 그 후로는 물이 완전 말랐다 싶을 때만 가끔 물을 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식집사가 되어간다

 

올해 8월...죽어가던 식물의 잎 두개로 다시 키운지 딱 1년이 되었습니다. 최근에 작은 아이도 분갈이를 해주었어요. 이제 제법 처음에 사왔던 식물의 느낌이 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1년이 걸렸네요. 식물의 생명력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정말 다시 이렇게 살아주어 참 고맙고 너무너무 기특합니다. 잎 두개가 화분 두개가 되는 기적이라니! 


잎 뒷면도 자주빛이 나기 시작했어요. 그래요. 저라고 식물을 죽이기만 하진 않았습니다. 이렇게 살린 경험도 있더라구요. 물론 아직은 초록별로 보낸 식물이 더 많긴 하지만 이런 경험이 쌓여 언젠가는 식물을 죽이지 않고 잘 키우며 조화롭게 사는 식집사가 될 수 있겠죠?! 오늘도 힘을 내서 다시 식물들을 둘러봅니다.

 

내가 더 잘 할께, 앞으로도 잘 부탁해..! 


+) 보너스 스토리....

살린 경험 중 또 하나인 몬스테라는 1년 전.... 갑자기 통풍이 부족한 느낌이 들어 밖에 내놨었더랬죠. 지금 생각하면 정말 왜 그랬을까 싶어요ㅋㅋㅋ(친구가 물꽂이 해서 준 몬스테라라 원래 잎이 하나였습니다.) 제주의 바람을 깨닫지 못하고 한참을 밖에 내놨더니 밖에서 바람을 맞던 몬스테라는 너덜너덜 해져서 결국 시들어 죽기 직전의 상황이 되었죠.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아쉽지만 몬스테라를 화분에서 꺼내서 마당에 내놓으려던 찰나...!!! 줄기 아래쪽에 조그맣게 자라고 있는 신엽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줄기만 자르고 다시 화분에 심어주었죠. 그 몬스테라가 1년이 지난 지금.... 네잎이 되어 아주 잘 살고 있어요. 그 때 자른 줄기에선 뭐가 자라고 있진 않네요. 몬스테라야... 잘 자라주어 고마워! 앞으론 밖에 내놓지 않을께^^;;;

초보 식집사로 식물을 키우다 보면- 과도한 관심으로 너무 물을 많이 줘서, 과습이 무서워 물을 너무 적게 줘서, 통풍이 안되서, 식물에게 필요한 환경을 파악하지 못해서, 예상치 못한 벌레의 등장으로 등등 내 의도와 달리 어쩔 수 없이 식물을 초록별로 보내는 일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우리 너무 좌절하지 말고, 그 일을 경험삼아 다시 잘 키워보아요. 그래도 잘 살고 있는 식물을 보며, 잘 돌봤던 긍정적인 기억들을 꺼내서 힘을내어 보아요.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다보면 언젠간 우리도 식물의 마음을 아는 그런 식집사가 될 날이 올 거예요. 그쵸?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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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피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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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좋아 제주에 살며 작은 텃밭과 정원을 가꾸고 있어요🌱 제로웨이스트와 자급자족 삶이 로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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