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표가 생겨 8월의 마지막날 가평에 있는 자라섬 뮤직 페스티벌에 다녀 왔어요. 사람들이 참 많았어요. 자라섬은 청평댐 안 물줄기 가운데 있어요. 나무가 많지는 않지만 풀밭이 넓은 섬이에요.
날은 아직도 더워 낮에도 땡볕이 뜨거웠어요. 티켓을 끊고 안으로 들어가니 콘서트를 할 수 있는 무대와 더불어 풀밭 평지에 피크닉 석들이 펼쳐져 있었어요. 가족 단위나 친구 단위 사람들이 참 많았는데 평지 피크닉 석에는 나무가 없어 그늘이 없었지요.
동생과 함께 간 저는 구석에 있는 나무가 많은 장소를 찾아 돗자리를 펼쳤어요. 버드 나무들이 군데 군데 있었지요. 햇빛은 뜨거웠지만 돗자리를 펼치고 누우기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천국이더라구요. 누워서 하늘을 보니 버드 나무가 하늘거리며 그늘을 드리워 너무 고마웠습니다.
무대에서는 밴드들의 노래가 펼쳐지고 저는 한가롭게 산책을 했습니다. 군데 군데 있는 미루 나무 밑으로는 사람들이 그늘을 찾아 오손도속 모여 있었어요. 미루 나무의 고마운 그늘을 그들도 누리고 있었어요.
강둑 너머 섬을 가로지르는 강물에는 두루미가 뒤뚱거리며 먹이를 찾고 있어요.
푸른 풀밭 한 쪽에는 이름 모를 보라색 야생화도 피어 있었지요.
밴드들의 생음악을 배경으로 구경하니 특별하게 좋았습니다.
어스름하게 석양이 지기 시작하자 내가 기다리던 가수 김윤아의 무대가 시작되었어요. '봄날은 간다' 노래를 불렀어요.
나이도 중년인데 어쩌면 저렇게 예쁘고 섹시한지 모르겠어요. 이번에 발표한 새로운 앨범 '관능 일기'의 노래를 많이 불렀는데 민망하리만큼 19금 노래들이었습니다. 이 나이에도 저렇게 솔직하다니 그녀가 더욱 좋아졌습니다.
노래를 듣다보니 어두워졌습니다. 아직 7시도 안 됐는데 어둡고 바람도 선선했습니다. 다음 날이면 9 월이고 벌써 가을이 다가오나 봅니다. 조금 더 지나면 저 버드 나무도 미루 나무도 잎이 시들고 떨어지겠지요. 자라섬을 돌아 나오며 가을을 맞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 봅니다.
꽃사슴
20 여년간 식물이들과 함께 한 식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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