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된 것 같다.
여전히 낮에는 덥지만 그래도 밤이 되고 새벽이 다가올수록 선선해짐이 느껴진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심어온 봉선화가 이제는 성장을 멈춘 것 같다.
비슷한 시기에 심었던 방울토마토는 꽃 한번 피우지 못한채 멈춘듯 하다.
바질 또한 잘 커주었지만 뭔가를 하기에는 부족했고, 모두 사 먹으며 내년을 기약한다.
흥미를 가지고 심었던 파프리카에서 나온 새싹들이 푸르게 자라고자 했지만 또한 멈췄다.
속아줬어야 했나보다.
겨우내 남아있을 관엽이들 특히, 소중한 몽스(그로로팟에서 발아한 몬스테라)를 위해 추진한 온실은 기온이 20도 이하로 떨어지기 전에 완성하리라 다짐한다.
천천히 헤어질 준비를 하는 친구들을 대신해 열심히 새로운 친구들을 찾아보지만 모두를 품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바라보기만 한다.
집안에 들이면 된다는 것을 알지만 공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신께서 아시고 알고리즘을 통해 테라리움 광고를 보여주셨다.
내 안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났다. "아! 나 사부작 거리는 거 좋아했는데"라는 생각(이 생각은 온실 제작 및 어항(아쿠아리움)의 시발점이 되었다.)에 몸에 활기가 돌았다.
신기루는 실체가 되었다.
그렇게 만나게 된 비단이끼와 제주애기모람, 셀라지넬라 운시나타라는 아주 작은 덩굴 식물인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작고 청초했다.
케이스 바닥에 배수를 위한 화산석을 깔고, 그 위에는 습도조절용 활성탄을 올렸다. 그리고 식물 생장을 위한 배합토로 지형까지 잡아주고, 포인트 화산석을 살살 심어주었다. 마지막으로 이끼와 나머지 식물들을 식재하고 물을 뿌리고 마무리하였다.
몇 주가 지나고, 양념통을 재활용하여 번성해진 운시나타를 옮겨주었다. 앞으로 더 번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실내 식물들이며, 나의 설거지 메이트가 될 '싱크대 위 작은 정원'이다.
케이지엠
책을 읽습니다 식물도 반려견도 사람도 돌봅니다. 글을 씁니다. 그림도 그립니다. 볼품없고 잡스럽지만 그냥 하나하나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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